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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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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보조사 개념과 그 종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보조사와 ‘세로관계’

보조사란 명사구 뒤에 붙어 특정한 의미를 덧붙이는 조사를 가리킵니다. 격조사와 달리 보조사는 조사의 형태만으로는 선행 명사구의 문장 성분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진이는 음식도 잘해.

(2) 음식도 맛있어.

(1)에서 ‘음식도’는 서술어의 목적어로 쓰였습니다. (2)에서는 주어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1), (2) 모두 also 정도의 의미가 추가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조사는 이처럼 문장 바깥에 있는 다른 요소와의 의미 관계를 표시합니다. 다른 예문을 보겠습니다.

(3) 진이는 합격했어. (민이? 순이?)

(4) 진이만 합격했어. (민이X, 순이X)

(5) 진이도 합격했어. (민이O, 순이O)

(3)~(5) 문장을 발화한 화자는 ‘민이’와 ‘순이’를 전제하고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3)처럼 썼다면 ‘민이랑 순이는 모르겠는데, 진이는 합격했어’ 정도의 의미를 가집니다. (4)의 경우 ‘민이랑 순이는 떨어졌는데, 진이는 합격했어’ 정도의 뉘앙스입니다. (5)는 ‘민이, 순이, 진이 모두 합격했어’ 정도의 느낌입니다.

(3)~(5) 모두 ‘민이’나 ‘순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청자라면 특별한 부가 정보 없이도 위와 같은 해석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조사는 문장 바깥에 있는 다른 요소와의 관계를 표시해 줍니다.

문장을 왼쪽에서 가로로 쓴다고 할 때 문장에서 언급되지 않는 요소(민이, 순이)는 해당 단어(진이)의 아래로 붙는다는 점에 착안해, 보조사는 세로관계를 나타낸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격조사는 문면에 실현된 명사구나 절이 그것의 핵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가로관계를 나타냅니다.

보조사의 종류

보조사에는 체언, 부사, 연결형 등에 두루 쓰이는 통용보조사, 주로 종결형 뒤에 쓰이는 종결보조사 둘로 나뉩니다. 다음 예문은 통용보조사 ‘은/는’이 쓰인 예시입니다. 각각 주어, 부사어, 본용언, 어근에 붙어서 대조의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먹었어.

철수가 일을 빨리 한다.

내가 준 책을 읽어 봤니?

이 집은 깨끗 하지만 너무 낡았다.

다음은 종결보조사가 쓰인 예시입니다.

그걸 어디 쓰게.

사고 싶다마는 돈이 없구나.

봄이 돌아왔네그려.

좋아 보이는구먼그래.

앞으로 통용보조사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은/는

‘은/는’은 대조(소극적 배제)를 나타내는 통용보조사입니다. 다른 것을 한편에 전제로 깔고 그쪽과 대조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화자는 가능한 자매 항목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이 꽃은 그늘에서는 잘 자란다. (양지, 숲, 늪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겠음)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다가) A: 이거 어때? B: 예쁘기는 하다. (값이 적당한지, 내게 어울리는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겠음)

‘은/는’은 문장의 주제를 표시해 줍니다. 주제는 한 문장에서 설명되는 내용의 대상이 되는 부분으로, 대체로 “~로 말할 것 같으면” 정도의 의미로 풀이됩니다. 주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이는 정말 착해.

그 책은 나도 읽어 봤어.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어.

진이는 내가 벌써 저녁을 사 줬어.

향기는 장미가 좋지.

다른 것은 말고 유일하게 그것이 선택됨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이 꽃은 그늘에서만 잘 자란다. (양지, 숲, 늪지 등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다른 것에 더해 그것이 포함됨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이 꽃은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양지, 숲, 늪지 등에서도 잘 자란다)

조차

사태 성립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 선택되었음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주로 부정문에 사용되어, 사태의 성립 확률이 높은데도 성립되지 않음을 표시합니다.

진이는 {덧셈, 뺄셈조차/?까지/?마저} 할 줄 모른다.

위 예문에서 ‘덧셈, 뺄셈’은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로 쓰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조차’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마저

사태의 성립 확률이 가장 낮은 것이 선택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주로 긍정문에 사용되어 사태의 성립확률이 낮은데도 성립함을 표시합니다. 주로 그 결과가 화자에게 불리할 때 쓰입니다.

브루투스, 너마저 나를 배신하다니!

그 깍쟁이가 내 ?선물마저 사 왔다.

까지

사태의 성립 확률이 가장 낮은 것이 선택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주로 긍정문에 사용되어 사태의 성립확률이 낮은데도 성립함을 표시합니다. 그 결과가 화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때도 쓰입니다.

브루투스, 너까지 나를 배신하다니!

그 깍쟁이가 내 선물까지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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