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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종결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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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선 한국어의 조사를 설명한 지난 글에 이어 어미(語眉)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문장 끝에 붙는 종결어미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어 문장은 크게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으로 나뉘는데, 종결어미는 문장형을 나누고 서법(敍法, mood)을 나타내며 경어법을 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 역시 한국어 문법론 대가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쓰신 ‘한국어문법’을 참고로 했습니다.

이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서문 어미

-다/-는다-/-ㄴ다

진술

‘-다/는다’는 평서문 어미 중 가장 중립적인 어미입니다. 이 어미가 글에서 대표적인 어미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어미가 하는 일은 평서문을 진술(statement)해주는 역할입니다.

날씨가 좋다.

한국 사람들은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

놀라움

무엇을 새로 발견하고 스스로 감탄하거나 남에게 크게 외칠 때, 자신의 어떤 특별한 상황을 남에게 과시할 때 씁니다.

와, 사람 한번 많다!

우리 내일 소풍 간다!

의문

월드컵도 다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무슨 재미로 산다?

그럴 것 없이 내가 간다?

-구나/-는구나

새로운 지각

어떤 사실을 좀더 여실히 진술하거나 아니면 새로이 지각하였음을 드러내 주는 데 쓰입니다. 대개 감탄 내지 놀라움의 뜻이 동반됩니다.

오늘 날씨 정말 좋구나.

너도 커피를 마시는구나.

짐작

‘어디’, ‘무슨’과 같은 의문사와 함께 쓰이면 새로 지각한 사실을 ‘그런 줄 알겠다’ 또는 ‘그렇게 짐작된다’는 투로 나타냅니다.

너 어디 아프구나.

-군/는군

새로운 지각 - 혼잣말

새로 알게 된 일을 혼잣말로 할 때 쓰입니다. 놀라움이나 감탄의 뜻도 아울러 나타냅니다.

그놈 참 신통하군.

올 한 해도 다 가는군.

혼잣말 아닌 ‘군’

새로 지각한 사실이라는 의미를 지니면서도 혼잣말이 아닌 말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자네였군.

그놈 참 신통하군요.

-네

새로 지각한 사실을 놀라움이나 감탄을 섞어 혼잣말로 할 때 쓰입니다.

벌써 개구리가 나왔네.

어머나, 영수가 1등을 했네.

‘-네’와 ‘-군’

무엇을 새로 지각했다는 느낌, 놀라움이나 감탄도 ‘-네’ 쪽이 더 강합니다.

벌써 개구리가 나왔네.

벌써 개구리가 나왔군.

의문문의 ‘-네’

‘-겠-‘을 동반하고 그러리라고 추측되는 일에 대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묻는 용법으로 쓰입니다. 이때에도 새로 지각했다는 의미는 유지됩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네가 1등이겠네?

-으마/-마

청자에게 어떤 일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의미를 나타내 줍니다. 낯선 사람 사이에서는 쓰기 어렵고 대개 손아래 사람에게 씁니다.

내일 다시 오마.

-을걸/-ㄹ걸

추측이되 그러리라는 믿음이 있는 추측에 쓰입니다.

벌써 다들 모였을걸.

-을게/ㄹ게, -을래/-ㄹ래

-을게

화자가 자기가 할 일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 줍니다. 그 의지의 표명이 일종의 약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올게.

-을래

화자가 어떤 일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 줍니다. 의지의 표현이기보다 희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문문에 쓰일 때는 상대방의 의사를 묻거나 야단치는 용법으로 쓰입니다.

엄마, 나도 갈래.

나 좀 도와줄래?

정말 말 안들을래?

-을라/-ㄹ라, -는단다/-ㄴ단다/-단다/-란다

-을라

어떤 원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염려하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특히 손아래 상대방의 어떤 행동을 미리 경계하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대개 ‘-겠다’로 쉽게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의미가 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라.

-는단다

‘-다’가 풍기는 도식적인 분위기를 완화하여 가까운 손아래 사람에게 사근사근 얘기해주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그때 할아버지들은 맨발로 학교를 다녔단다.

의문문 어미

-으냐/-냐/-느냐, -으니/-니

‘-냐’는 ‘-니’와 함께 의문문의 대표 어미입니다. 일반 대화에선 ‘-니’가 많이 쓰이고 글에까지 폭넓게 쓰이는 것은 ‘-냐’입니다. 전자는 청자를 가까이 두고 말하는 느낌인 반면 ‘-냐’는 어른이 점잖게 말한다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합니다. 둘은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부 제약이 있습니다.

너 몇 살이냐(/살이니)?

얼마나 오래 사느냐(*사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사니)가 중요하다.

-을까/-ㄹ까

궁금한 것을 드러내는 데 쓰이되 혼잣말에 많이 사용됩니다.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물을 때에도 쓰입니다.

나는 왜 밤낮 이 모양일까?

(커피에)설탕 넣을까요?

-련

대개 ‘-겠니?’로 바꿔쓸 수 있는 자리에 쓰입니다. 청자에게 어떤 일을 해줄 의사가 있는지를 물으면서도 그러기를 권유하는 뜻도 있습니다.

거기 창문 좀 열어 주련?

-으랴/-랴, -을쏘냐/-ㄹ쏘냐

-으랴

화자가 청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면서 청자에게 동의를 묻는 의미로 쓰입니다. 추측되는 상황을 의문문 형식으로 바꾸어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쓰이기도 합니다. 속담, 격언 등에서 질문이 아니라 수사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뭐 맛있는 것 사 주랴?

이제 와서 발버둥친들 무엇 하랴?

공든 탑이 무너지랴?

-을쏘냐

글에만 쓰이되 그것도 시적인 표현에 한정돼 반어적 용법으로 쓰입니다.

겉이 검다고 속조차 검을쏘냐?

-대, -담

-대

어떤 사태가 의외라는 느낌을 물을으로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만족감이나 불만이 섞여 있습니다.

나 오늘 기분이 왜 이렇게 좋대?

얘들이 왜 아직도 못 온대요?

-담

어떤 사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평조로 하는 말에 쓰입니다. 의문문에 쓰이나 자문하는 정도에 머무는 아주 가벼운 의문문입니다.

이렇게 낡은 걸 어디다 쓴담?

뭐가 우스워 그리 웃는담?

명령문 어미

-아라/-어라/-여라

명령문의 간판 어미라 할 만합니다. 가장 전형적인 명령문에 쓰입니다. 부탁이나 허락, 감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여기 좀 앉아라. (명령)

감기 조심하여라. (부탁)

(내일 또 와도 돼요?) 그래, 언제든지 오너라. (허락)

아이 추워라. (감탄)

-으려무나/려무나, -으렴/-렴

부드러운 명령, 즉 허락에 가까운 상황에 잘 쓰입니다.

그렇게 갖고 싶으면 가지려무나.

언니만 탓하지 말고 네가 좀 참으려무나.

-소서

기원을 나타내며 일상어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행복을 누리소서.

-아/-어, -지

반말체 어미인 ‘-아’와 ‘-지’는 어느 한 문장형에 한정되어 쓰이지 않고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네 문장형에 두루 쓰입니다. 어느 문장형에 쓰이나 공통된 의미를 유지하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문장형에 쓰이느냐에 따라 의미의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어

반말체 어미 중 가장 중립적인 의미이면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어미입니다. 청자를 가까이 두고 사용합니다. 놀라움 내지 긴박감을 나타내는 특별한 용법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나도 가겠어.

어디 아파?

아이구 깜짝이야.

-지

확인질문

말하려는 상황에 대해 화자나 청자가 이미 ‘알고 있다’, ‘짐작되는 바가 있다’, ‘그러리라 믿는다’와 같은 전제를 깔고 씁니다. 특히 의문문에서는 순수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동의해 줄 것을 기대하는 확인 질문의 성격을 띕니다.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 네가 먹었지?

당연한 이야기

단풍이야 설악산이 제일이지.

근거있는 짐작

편지가 내일에는 오겠지.(/오겠지?)

부드러움

부드러움을 얹어 권유하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그렇게 해주리라는 걸 믿는다’는 전제가 깔림으로써 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우리랑 같이 가지.

꼼짝 말고 여기 있어! // ??꼼짝 말고 여기 있지!

화자의 의지

다 싫다면 내가 가지.

아쉬움

나도 좀 부르지.

후종결어미

종결어미 뒤에 덧붙어 쓰이는 어미입니다.

-고

다른 종결어미에 덧붙어 그 종결어미로 끝난 문장에 제시된 내용을 반문하는 일에 쓰입니다. 좀 의외라는, 또는 불만을 가지고 따지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묻는 점이 특징입니다. 혹은 의문문이 아닌 문장에서 종결어미로 끝난 문장에 제시된 내용을 강조하고 다른 말을 못하도록 다그치는 듯한 기능을 합니다.

비가 온다고?

네가 반장이라고?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니까

‘-고’의 의미와 매우 흡사하며 두 어미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습니다.

왜 벌써 돌아왔냐니까

-며, -면서

문장 내용을 청자에게 확인하기 위해 묻는 의미로 쓰입니다. ‘내가 그 사실을 아는데 사실이냐?’와 같은 의미입니다. 여러 문장형의 종결어미와 어울리면서도 의문문 어미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제 진호와 싸웠다며(/싸웠다면서)?

*누가 진호와 싸웠냐며?

인용어미

-단다, -느냔다, -란다, -잔다

타인에게서 얻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쓰인다.

날씨가 주말부터 풀린단다.(/풀린답니다./풀린다니?/풀린답니까?)

-대

‘-고 한다’의 반말체 어미입니다. 자기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동대문 시장에 불이 났대.

누가 굶겠대?

1년치 조간신문의 종결어미 사용 빈도

이상으로 한국어의 종결어미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등 10개 주요 조간신문의 2016년 1년치 기사 말뭉치에서 사용빈도를 따져봤습니다. 어미를 분석하려면 Konlpy 같은 기존 형태소 분석기로는 원천적으로 분석이 불가(동사 형용사 분석시 어미를 제거하고 기본형만 반환)합니다. 그래서 마침표(.)를 기준으로 문장을 나누고, 문장의 맨 마지막 단어의 맨 끝 음절부터 한글자씩 일일이 세었습니다.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미명 빈도
했다 870632
이다 628043
었다 232378
니다 193316
한다 165015
141173
았다 127454
혔다 107056
됐다 105218
졌다 92395
된다 91714
였다 87645
하다 81029
65256
는다 49518
왔다 44777
렸다 44658
났다 40734
인다 38357
온다 34805
진다 27153
26145
냈다 21457

보시다시피 뉴스 말뭉치의 종결어미는 ‘-다/-는다-/-ㄴ다’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분석 대상인 2016년 1년치 기사 25만7973건 620만9892개 문장 가운데 ‘-다’로 끝나는 문장은 473만8770개로 전체의 76.3%나 됩니다. 말뭉치에 끼어있는 광고문구 등 일부 노이즈를 제거하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와 ‘했다’는 엄밀히 말해 분석 수준이 다르지만 ‘-다’ 계열의 쓰임 양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기 위해 위와 같이 표를 작성했습니다. ‘-요’, ‘-까’와 같은 어미를 제외하면 모두 ‘-다’ 계열의 평서문 종결어미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사 관련 글과 마찬가지로 형태소를 하나하나 정확히 분석한 결과는 아니니 경향성만 확인하는 용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견이나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이나 메일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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