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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통사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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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 통사론(syntax)의 기본 개념과 한국어 통사론이 다루는 통사 단위(문법 단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와 ‘한국어문법총론1(구본관 외 지음, 집문당 펴냄)’을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통사론

통사론이란 둘 이상의 단어(word)가 결합하여 구(phrase), 절(clause), 문장(sentence)을 형성하는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이 때 ‘단어, 구, 절, 문장’을 통사단위라고 합니다. 한국어 통사론이 다루는 최소의 통사 단위는 단어이고 최대 통사 단위는 문장이 됩니다.

다만 이는 편의적인 기술일 뿐이고, 국어 통사론 연구자들은 단어 이하의 단위인 용언의 활용어미까지 통사 단위로 보고 연구한다고 합니다. 활용어미는 교착어인 한국어에서는 단어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성문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현대의 통사론은 문장이라는 최종 결과물을 분석하기보다는 작은 통사 단위를 결합하여 큰 통사 단위를 형성하는 원리를 탐구하는 데 집중합니다.

통사론의 분석 방법

통사론에서는 문법 단위의 각 성분들이 계층적으로 구성을 이룬다고 전제하고, 크게 두 조각으로 분석한 뒤 각각을 다시 더 작은 단위로 분석하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때 어떤 문법 단위가 모여 보다 큰 문법 단위가 됐을 때 이 큰 단위를 구성, 이 구성을 이루고 있는 작은 단위들 각각을 구성요소(성분)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통사단위

통사론이 살피는 통사단위를 예문과 함께 보겠습니다.

(가) 단어 : 민수

(나) : 내 친구 민수

(다) 절(단문) : 민수가 학교에 갔다.

(라) 절(복문) : 민수가 학교에 가면 엄마는 청소를 한다.

(가)는 단어(單語)입니다. 단어란 문장에서 홀로 쓰일 수 있는 말 중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문장에서 쓰일 때 그 구성요소가 분리되지 않는 성질을 가집니다. 예컨대 (가)의 ‘민수’를 ‘민’과 ‘수’로 나눌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그 의미가 사라집니다.

(나)는 ‘민수’를 꾸며주는 말이 앞에 와서 (가)가 확장된 구(句)입니다. 구는 단어들이 모여 이루어진, 그러나 주어와 서술어가 갖추어지지 않은 단위입니다.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주변어-중심어의 관계로 맺어지거나, 혹은 중심어만으로 절이나 문장의 일부분을 이룹니다.

(다)에서 비로소 주어와 서술어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구성을 절(節)이라고 합니다. (다)와 같이 하나의 절이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경우도 있고, (라)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절이 하나의 문장을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를 단문(홑문장), (라)를 복문(겹문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띄어쓰기 단위인 ‘어절’은 통사단위가 아닙니다. 아래 예문을 보겠습니다.

내 친구 민수가 도로 건너편의 학교에 갔다.

위 문장의 주어는 ‘내 친구 민수’라는 구에 조사 ‘-가’가 붙은 구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절 개념과 상관 없이 더 큰 통사단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휘범주, 구 범주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A) 민수-가 빵-을 먹었다.

(B) [내 친구 민수]-가 [어제 산 빵]-을 먹었다.

(A)의 ‘민수’와 (B)의 ‘내 친구 민수’는 문장에서의 문법적 역할이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빵’과 ‘어제 산 빵’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명사와 명사구의 문법적 역할이 동일하므로 명사 단독으로 쓰이나 명사구로 쓰이나 모두 같은 문법적 범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명사는 원칙적으로 언제라도 명사구로 확장되어 쓰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A)에서 ‘민수’, ‘빵’이라는 명사가 단독으로 쓰였지만, ‘민수’와 ‘빵’은 명사구 ‘내 친구 민수’, ‘어제 산 빵’과 같이 명사구와 같은 자격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얼핏 보면 그냥 명사인 것 같아도 내재해 있는 문법적 역할은 명사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생성문법에서 비롯된 생각으로, 생성문법에서는 어떤 어휘 범주 X가 단독으로 쓰여도 구 범주 XP와 같은 자격을 가지는 것으로 일관되게 기술합니다.

절(節) 판정 기준

주어와 서술어가 실현되어야 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구성은 절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ㄱ) 빵을 먹으면서 민수가 학교에 간다.

(ㄴ) A: 철수는 밥을 먹었니? B: 응, 먹었어.

(ㄷ) 불이야!

(ㄱ)에서 서술어 ‘간다’의 주어는 ‘민수가’로 나와 있으나 ‘먹으면서’의 주어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ㄴ)의 B의 대답에서도 맥락상 분명히 알 수 있는 ‘철수가’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생략된 주어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없지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빵을 먹으면서’와 ‘먹었어’를 절로 봐야 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ㄷ)은 전형적인 무주어문입니다. 무주어문은 서술어가 ‘이다’일 경우 성립하는 것으로서 절로 이뤄지지 않은 특수한 종류의 문장입니다.

문장

문장이란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독립적 형식 단위입니다. 크게 체계문(system sentence)사용문(text sentence)으로 나뉩니다. 체계문은 해당 언어의 문법 원리에 따라 구성된 문장이고 사용문은 실제 사용되는 모습 그대로의 문장을 가리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a) 영희가 소설을 읽는다.

(b) A: 영희가 무엇을 읽니? B: 응, 소설.

(b’) 응, 영희가 소설을 읽어.

(c) 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아버지는) 회사에 출근하셨다.

(a)는 한국어의 문법 원리에 따라 문장을 끝맸는 종결어미까지 갖춘 ‘주어+목적어+서술어’ 구성의 문장으로서 체계문에 해당합니다. 체계문은 원칙적으로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문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b)의 대답 “응, 소설.”이라는 문장은 (b’)와 같은 체계문에서 담화 맥락상 불필요한 성분을 모두 생략한 사용문입니다. (a)와 (b)-A와 같이 필요한 성분이 문법 원리에 따라 완전하게 구성된 문장을 완전문(full sentence)이라 하고 (b)-B와 같이 실제 상황의 필요에 따라 완전문의 일부를 생략한 문장을 소형문(minor sentence)이라 합니다. 완전문은 체계문일 수도 있고 사용문일 수도 있으나 소형문은 사용문으로만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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