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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Verb), 형용사(Adjective)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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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동사(Verb)형용사(Adjective)와 관련된 여러 개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경희대 이선웅 교수님 강의와 표준국어문법론을 정리하였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동사의 정의

학교문법에 따르면 동사란 사물의 움직임을 과정적으로 표시하는 품사입니다. 동사 검증의 틀로 흔히 사용되는 것은 ‘무엇이 어찌한다, 무엇이 무엇을 어찌한다’의 틀에 나타나는 ‘어찌한다’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는 바로 기능(function)에 초점을 맞춘 정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사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체적인 움직임 : 읽다, 잡다, 자다, 던지다, 뛰다…

마음 속으로 일어나는 움직임 : 사랑하다, 믿다, 생각하다…

움직임을 지닌 상태 : 자다, 살다, 쉬다, 앓다…

자연의 움직임 : 흐르다, 피다, 솟다…

이후 설명은 문법적으로 이해하기 까다로운 동사 개념들 소개한 내용입니다.

자동사와 타동사

목적어가 있는 동사를 타동사, 없는 동사를 자동사라고 합니다. 이는 어휘 의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실현된 문장성분의 종류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구분 (가) (나)
1 철수가 학교에 간다 아기가 잔다
2 철수가 학교를 간다 아기가 잠을 잔다

(가)-1에서 ‘학교에’는 부사어, (가)-2의 ‘학교를’은 목적어로 쓰였는데요. 두 구문의 의미적 차이는 ‘학교’를 목적지로 생각하느냐, 행위의 대상으로 생각하느냐의 차이뿐입니다. (나)의 ‘잠’은 동족목적어(cognate object)인데요, (나)-1에서처럼 목적어 없이도 문장이 성립합니다.

‘가-‘, ‘자-‘는 자동사로도, 타동사로도 쓰일 수 있는 자타양용동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1행(자동사 구문)과 2행(타동사 구문)은 의미상 결정적인 차이는 없고, 그저 목적어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만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선웅(2012)은 자동사와 타동사 구분은 같은 동사라도 어떤 구문에서 쓰였는지에 따라 판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ㄱ) 발이 밟혔다.

(ㄴ) 발을 밟혔다.

(ㄱ)에서 ‘발이’는 ‘밟혔다’의 주어로 실현됐습니다. (ㄴ)에서 ‘발을’은 ‘밟혔다’의 목적어입니다. 따라서 (ㄱ)의 ‘밟혔다’는 자동사, (ㄴ)은 타동사로 분류됩니다.

중립동사, 능격동사

중립동사/능격동사란 타동사로 쓰일 때의 목적어가 자동사의 주어로도 쓰일 수 있는 동사를 가리킵니다. 자타양용동사의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보통의 타동사는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면 피동 표현으로 바뀐다는 점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수가 바위를 밀었다) 바위가 움직였다.

‘움직이-‘는 자타양용동사입니다. ‘바위를 움직였다(타동사)’, ‘바위가 움직였다(자동사)’ 모두 가능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타동사로 쓰일 때의 목적어(바위)가 자동사 주어로도 쓰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 외에 ‘(눈물을)그치-‘, ‘(차를)멈추-‘, ‘(몸을)다치-‘ 등의 예가 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대개 의성,의태어가 중립동사 부류에 속합니다. 아래 예문에서 ㄴ과 ㄷ은 어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명제의 내용적 차이는 없습니다.

ㄱ. 거울이 반짝거린다.

ㄴ. 철수가 거울을 반짝거린다.

ㄷ. 철수가 거울을 반짝거리게 한다.

비능격동사

아래 두 표현은 형태상으로는 자동사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문법적 의미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전자는 능동, 후자는 피동입니다. 아기는 [+controller] 속성이 있는 주어로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반면 배는 [-controller] 속성으로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잔다.

배가 가라앉다.

바꿔 말하면 위 예시에서 ‘자-‘의 주어는 행위주역(agent, 어떤 행위의 유발자) ‘아기’가 됩니다. 반면 ‘가라앉-‘의 주어는 대상역(theme, 어떤 행위의 영향을 입는 실체) ‘배’가 됩니다. ‘자-‘와 같은 부류처럼 주어가 행위주역인 자동사를 비능격동사라고 합니다.

재귀동사

재귀동사재귀성분을 지배하는 동사를 뜻합니다. 재귀성분이란 동지시(co-reference) 명사구를 가진 문장성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물- : A가 {A, *B}의 입을 ~

감- : A가 {A, *B}의 눈을 ~

꿇- : A가 {A, *B}의 무릎을 ~

절- : A가 {A, *B}의 다리를 ~

삐- : A가 {A, *B}의 발목/손목을 ~

가누- : A가 {A, *B}의 몸을 ~

위 여섯개 동사는 모두 재귀동사로, 주어의 재귀성분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예컨대 ‘나는 내 입을 다물었다’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나는 네 입을 다물었다’는 비문이 됩니다.

보조용언, 의존용언

보조용언이란 본용언의 뜻을 도와주는 용언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감상을 늘 그때마다 적어 둔다.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

위 예시에서 동사 ‘두-‘, 형용사 ‘싶-‘을 제거해도 문장이 성립합니다. 다만 의미가 약간 달라졌죠. 이 때 ‘두-‘, 싶-‘을 보조용언, ‘적-‘, ‘오르-‘를 본용언이라고 합니다.

감상을 늘 그때마다 적는다.

백두산에 오른다.

학교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조동사의 쓰임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진행 : 이제 청소를 다 해 간다. 아침 햇빛이 점점 밝아 온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다. 아버지께서 편지를 쓰고 계시다.

종결 : 밥을 먹고 나서 어디로 가겠느냐? 철수는 마침내 자격증을 얻어 냈다. 인수는 들판에 나가 버렸다. 기어이 이루어 내고야 말겠다.

봉사 : 조카에게 종이배를 만들어 주었다. 선생님께 원고를 정서해 드렸다.

시행 : 나도 한 번 입어 보았다.

보유 : 공책은 책상 위에 얹어 두었다. 공책은 책상 위에 얹어 놓았다. 그 책을 읽어 가지고 오시오.

사동 : 누구를 가게 하느냐? 그 일을 잘 되게 만들었다.

피동 : 눈부신 업적이 이루어졌다. 나도 가게 된다.

부정 : 철수는 가지 아니한다(않는다). 철수는 가지 말아라. 너는 오지 못한다.

강세 : 너무 놀려 대지 마라.

짐작 : 그 꽃은 좋아 보인다.

당위 : 하루에 꼭 한 알씩 먹어야 한다.

시인 : 하루에 한 알씩 먹기는 했다.

이번에는 보조형용사의 쓰임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희망 : 금강산에 가고 싶다.

부정 : 오늘은 날씨가 춥지 아니하다(않다). 그 분은 별로 넉넉하지 못합니다.

추측 : 저 건물이 동다문인가 보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상태 :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계십니다.

시인 : 그 집이 크기는 하다.

의존용언이란 해당 용언이 문장 내 본용언이기는 하지만 선행 문장 형식에 의존적인 용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가 귀엽게 군다.

그가 함부로 군다.

동사 ‘군-‘은 위 예시 문장에서 본용언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보조용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귀엽게’ 혹은 ‘함부로’라는 보충어 없이는 문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존용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형용성동사

도원영(2008)은 형용사와 동사 사이 중간 범주로 형용성동사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형용성동사의 예로는 ‘힘들다’, ‘붐비다’ 등이 있습니다.

의미적 기준 : ‘어떠하다’의 개념에 해당하여 ‘어떠하냐?’와 같은 물음의 대상이 된다.

형태적 기준 : 형용성동사는 동사 활용과 형용사 활용을 한다. 양용 활용이 아닌 경우에는 ‘-었다, -ㄴ’으로만 활용한다.

형용성동사는 정도부사의 수식을 받을 수 있다.

형용사

학교문법에 따르면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표시하는 품사입니다. 동사가 주체의 움직임을 과정적, 동태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라면 형용사는 주체의 성질/상태를 상태적, 정지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용사 검증의 틀로 사용되는 것은 ‘무엇이 어떠하다’의 ‘어떠하다’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형용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감각 : 검다, 달다, 시끄럽다, 거칠다, 차다, 빠르다, 멀다, 높다…

대상에 대한 평가 : 착하다, 모질다, 아름답다, 성실하다…

비교 : 같다, 다르다, 낫다…

존재 : 있다, 계시다, 없다…

화자의 심리 상태 : 고프다, 아프다, 싫다, 좋다…

동사와 형용사 구분

학교문법에서는 동사와 형용사를 다른 품사로 나누고 있습니다만 둘을 구분하지 않는 학자들도 꽤 있습니다. 그만큼 두 품사의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형용성동사라는 개념을 제시한 도원영(2008)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믿다’라는 단어를 봅시다. 이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동작/작용(동사)이라기보다는 성질/상태(형용사)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동사로 처리하고 있는 걸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 편찬자는 ‘믿다’를 왜 동사로 분류했을까요? 그건 바로 과정적인 속성에 방점을 찍어서 이해했기 때문인듯 합니다. 다시 말해 믿는다는 심리 상태가 바로 당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믿는다는 ‘행위’가 과거 어느 시점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믿다’를 형용사로 분류하여도 논리적으로 큰 흠결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동사와 형용사를 의미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 때문에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할 때는 의미보다는 형태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아래와 같습니다.

(1) 동작을 나타내는 어미 -는다/-ㄴ다와 결합할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2) 현재 시제 관형사형 어미 -는과 결합할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3) 명령형 어미, 청유형 어미와 결합할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그러나 (3)의 경우 주어에 [+controller] 속성이 없으면 동사라 하더라도 명령형, 청유형 어미와 결합할 수 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바위야, 움직여라.

*사과야, 움직이자.

최근엔 (3) 조건을 다음과 같이 대체해 분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려고 하다, -고자 하다, -고 싶다 등과 결합할 수 있으면 동사, 그렇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한편 (1)~(3)을 모두 만족해 동사로 분류되거나 모두 불만족해 형용사로 분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대개는 (1) 조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아래 예시에서 (가)가 (나)에 비해 행위의 과정적(progessive) 의미가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가) 먹는다

(나) 먹

용언의 범위

학교문법에서는 동사와 형용사를 한 범주로 묶어 용언이라고 정의합니다. 두 단어류가 모두 주체를 서술하는 기능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용언 범주는 어디까지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 다른 의견

(나) 지난 여름

(다) 뼈빠지게 일했다

(가)의 ‘다른’과 (다)의 ‘지난’은 관형사(체언을 꾸미는 불변어)로 처리해야 할까요? 아니면 형용사 ‘다르-‘, 동사 ‘지나-‘의 활용형으로 보아야 할까요? 이 경우에 학교문법에서는 서술 기능에 방점을 둡니다. 다시 말해 ‘의견이 다르다’, ‘여름이 지나다’와 같이 해당 단어가 주체를 풀이하는 기능이 있다면 용언 범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다른’, ‘지난’이 화자들 사이에 매우 많이 쓰인다면 문법적 판단과는 별도로 관형사로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다른’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관형사로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의 경우 ‘일하느라 뼈빠졌다’와 같은 형태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서술 기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뼈빠지게’는 그 자체로 부사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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