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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주절의 문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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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 주절의 문법상(grammatical aspect)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 널리 쓰이고 있는 보조용언 구성인 -어 있--고 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어 있-

-어 있-은 크게 결과상(resultative)정태상(stative)을 나타냅니다. 차례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결과상

결과상이란 과거 사태의 결과가 지속되는 걸 가리킵니다. 동사가 나타내는 사태가 종결된 뒤 그 결과 상태가 주어에게 성립됨을 나타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꽃이 피어 있다.

위 예문의 동사 피다가 나타내는 사태(開花)가 끝난 뒤, 그 결과 상태가 주어 에게 성립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꽃이 과거 어느 시점에 피었는데, 핀 상태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로 -어 있-이 쓰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 있-이 아무 동사에나 결합하는 것은 아니고 결합 제약이 있습니다. -어 있-은 ‘놓이다’, ‘깔리다’, ‘숨다’, ‘앉다’, ‘눕다’와 같이 시간적 끝점을 갖는 자동사(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동사)와 결합합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진이가 *뛰어 있다.

(2) 진이가 예쁜 옷을 *입어 있다.

(1)의 뛰다는 에너지만 공급되면 계속 뛸 수 있다는 점에서 끝점이 없는 동사입니다. (2)의 입다는 끝이 있는 동사이지만 목적어를 갖는 타동사입니다. (1), (2) 모두 비문입니다. 다시 말해 서술어가 끝점이 없거나, 타동사라면 -어 있-이 결합할 수 없습니다.

물론 -어 있-과 결합할 수 있는 타동사가 일부 있기는 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자동사와 타동사 개념을 살짝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아이가 잔다.

자동사 자다가 가리키는 행위로 영향을 받는 대상은 주어 아이입니다. (1)과 (2) 예문에서도 서술어 동사가 가리키는 행위로 영향을 받는 대상은 주어 진이입니다.

반면 타동사는 해당 동사가 가리키는 행위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목적어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철수가 친구를 때렸다.

자, 이제 원래 목적으로 돌아와서 -어 있-과 결합할 수 있는 타동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진이가 등대를 향해 있다.

위 예문의 타동사 향하다가 가리키는 행위로 영향을 받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대충 봐서는 목적어인 등대일 것 같지만 사실 주어인 진이가 영향을 받는 의미로 전달됩니다.

요컨대 -어 있-과 결합할 수 있는 타동사는 타동사이면서도 목적어가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라 주어가 변화를 겪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들입니다. 이러한 예로는 ‘향하다’, ‘떠나다’, ‘넘어서다’, ‘건너오다’, ‘초과하다’ 등이 있습니다.

정태상

과거 사건의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함축도 갖지 않고 단지 현재 상태만 나타내는 상 범주를 정태상이라고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우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길은 바닷가까지 뻗어 있다.

정태상은 의미적으로 결과상에서 파생된 용법이라고 합니다.

-고 있-

-고 있-은 크게 결과상(resultative), 정태상(stative), 연속상(continuous), 반복상(iterative)을 나타냅니다. 차례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결과상

-고 있-이 결과상의 의미로 쓰인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철수는 흰 셔츠를 입고 있다.

위 예문의 -고 있-은 철수가 흰 셔츠를 착용하는 동작을 완결한 뒤 그 결과 상태(옷을 입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결과 상태가 타동사의 주어에게 성립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입다라는 행위로 당장 영향을 받는 대상은 흰 셔츠이지만, 결과적으로 옷을 입은 행위(服着)의 결과로 주어인 철수가 옷을 입은 상태로 변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타동사가 가리키는 행위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1차적으로는 목적어이지만, 결과적으로 주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갖는 타동사를 재귀성 타동사라고 합니다. -어 있-은 재귀성 타동사와 결합할 때 결과상(결과 상태의 지속)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동사의 예로는 ‘(신발을)신다’, ‘(명찰을)달다’, ‘(이불을)덮다’, ‘(고개를)숙이다’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도 있어 분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 철수가 이불을 덮고 있다.

(나) 철수가 지붕에 짚을 덮고 있다.

(가)의 덮다는 결과적으로 주어인 철수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재귀성을 가졌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재귀성 타동사가 쓰인 (가)의 -고 있-은 결과상, 그렇지 않은 (나)의 -고 있-은 연속상(진행상)의 의미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다른 사례를 보겠습니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위 예문의 결과 상태가 타동사의 목적어에 성립된 경우여서 재귀성이 없습니다. 다만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데 주어 관중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서 ` -어 있-`이 결과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태상

-고 있-의 정태상 관련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도시를 여러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연속상(진행상)

연속상이란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걸 가리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철수는 흰 셔츠를 입고 있다.

위 예문은 결과상으로도, 연속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중의적인 구문입니다. 연속상으로 해석할 경우 철수가 현재 흰 셔츠를 착용하는 동작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한국어의 연속상은 영어의 be+현재분사와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가장 다른 점은 -고 있-이 정적인 사태를 나타내는 동사와도 매우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알고 있다, 모르고 있다, 믿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ㄴ 중-은 정적인 사태를 나타내는 동사와 잘 결합하지 않습니다.

  • *아는 중이다, *모르는 중이다, *믿는 중이다, *생각 중이다, *사랑 중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예문이 자주 쓰이는데, 아래의 생각하다는 동적 사태(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음)에 가까운 사태를 동사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하는 중이야.

반복상

반복상이란 그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함을 나타내는 상 범주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어 있-, -고 있- 모두 결합할 수 있는 동사

-어 있--고 있-은 각각 특정 종류의 동사와만 결합하는 제약이 있으나 둘 모두 쓰이는 동사도 있습니다. 성장하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성장해 있다(결과상) : 성장이라는 상태 변화가 어떤 완결점에 이미 도달해서 그 결과 상태가 지속됨을 나타냅니다.
  • 성장하고 있다(연속상) : 성장이라는 상태 변화가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 중임을 나타냅니다.

동사가 다의어여서 둘 모두 결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살아 있다(결과상) : 살다alive 정도의 의미를 가질 때에는 시작점(태어난 순간), 끝점(죽는 순간)을 가지는 유계동사(telic verb)로서 생명력이 있는 상태가 지속됨을 나타냅니다.
  • 살고 있다(연속상) : 살다가 거주하다의 의미일 때는 무계동사(atelic verb)로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중이다 정도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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