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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의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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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의미역(theta role)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와 이선웅 경희대 교수님이 쓰신 ‘한국어 문법론의 개념어 연구’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의미역의 정의

의미역이란 명사구가 서술어와 관련하여 지니는 의미 기능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서술어가 나타내는 사태 속에서 논항이 나타내는 참여자가 수행하는 역할의 유형 혹은 논항이 서술어에 대해 갖는 의미상의 자격, 역할, 지위 따위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 학교에서 운동회를 개최하였다.

나. 이 도시의 명칭은 그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위 예시에서 논항인 ‘학교에서’와 ‘그 전설에서’는 동일한 격조사(-에서)를 쓰고 있지만 서술어 와 관련하여 상이한 의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 ‘학교에서(장소)’와 ‘그 전설에서(출발점)’가 가지는 의미기능을 의미역이라고 합니다.

한국어 의미역의 종류

한국어 자료를 대상으로 의미역의 종류에 대해 가장 정밀하게 기술한 논의는 홍재성 외(2002)라고 합니다. 이 연구를 정리/보완한 이선웅(2012)의 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위주역(Agent) : 동사가 행위를 표현할 경우 그 행위를 지배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피행위주역(Patient) : 동사가 행위를 표현할 경우 그 행위로 인해 영향을 입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경험주역(Experiencer) : 인지(cognition), 지각(perception), 감정(emotion)을 나타내는 용언의 경우 그 현상의 경험 주체가 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동반주역(Companion) : 독립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다른 의미역, 즉 대개 행위주나 대상을 보조하여 그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주체를 나타내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대상역(Theme) : 행위나 과정의 영향을 받지만 그 과정을 지배하지는 못하는 논항. 즉 위치, 조건, 상태가 바뀌거나 주어진 상태나 위치에 있는 참여자들을 나타내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장소역(Location) : 행위주나 대상이 위치하는 물리적 혹은 추상적 시공간을 나타내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도착점역(Goal) : 동사가 표현하는 사건이 물리적 이동을 포함하고 있을 경우 그 끝점, 추상적인 행위나 태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그 지향점을 표현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결과상태역(Resultant State) : 동사가 인물의 자격 또는 물질의 성질이나 용도의 변화를 기본 의미로 가질 때, 그러한 변화의 결과를 나타내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출발점역(Source) : 동사가 이동이나 변화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물리적, 추상적 시작 지점을 표현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도구역(Instrument) : 행위, 이동의 의미를 표현하는 동사의 경우 그 방편이나 경로, 재료를 나타내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영향주역(Effector) : 동사가 나타내는 사건(행위, 상태)을 비의도적으로 (주로 ‘이동’이나 ‘위치’에 의해)유발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기준치역(Criterion) : 평가의 의미를 가진 동사의 경우 평가되는 대상에 상대하여 평가의 기준이 되는 논항이 갖는 의미역

내용역(Contents) : 발화동사, 사유동사 등의 절 논항이 갖는 의미역

경로역(Path) : 출발점과 도착점을 함께 명세하는 논항이 지닌 의미역

자격역(Eligibility) : 술어가 의미하는 어떤 행위의 지속시간동안 어떤 자격으로 그 행위가 이루어졌는지를 나타내는 의미역

분석 예시

예문을 보겠습니다.

태풍(행위주역)이 그 마을 전체에 피해를 입히고 지나갔다

아버지(행위주역)신문(피행위주역)을 읽으신다.

나(경험주역)는 이곳이 춥다.

나는 애인(동반주역)과 시내에서 만났다.

동생이 음악(대상역)을 듣는다.

진이(대상역)는 착하다.

김 씨는 이 공장(장소역)에서 일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서울(도착점역)로 보내었다.

감독이 골키퍼를 김병지(결과상태역)로 바꾸었다.

물이 얼음(결과상태역)으로 변했다.

그 사람은 러시아(출발점역)에서 왔습니다.

그녀는 늘 손(도구역)으로 입을 가리고 웃습니다.

철수가 길을 가다가 전봇대(영향주역)에 부딪혔다.

전봇대가 태풍(영향주역)에 쓰러졌다.

철수는 영희(기준치역)와 닮았다.

동생이 오늘 시험을 본다고(내용역) 말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의(경로역) 행진

철수의 떠돌이(자격역) 생활

선택제약

서술어와 논항이 아무렇게나 결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술어가 어떤 의미를 가진 요소를 논항으로 선택하는지에서 보이는 제약을 선택제약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다음 예문은 의미상 비문입니다.

*소나무가 웃는다.

*나는 권력을 존경한다.

위 예문이 비문이 되는 이유는 ‘웃다’라는 서술어는 유정명사를 주어로, ‘존경하다’는 인성명사를 목적어로 취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의미를 지니는 서술어라도 의미가 다른 논항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눈을 감다.

입을 다물다.

‘감다’와 ‘다물다’는 모두 ‘닫다’는 공통된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각각 취하는 목적어 명사구의 종류가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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