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에 관하여
21 Jun 2017 | word class
이번 글에서는 ‘이다’라는 형태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경희대 이선웅 교수님 강의와 ‘왜 다시 품사론인가(남기심 외, 커뮤니케이션북스)’에 실린 남길임(2006)을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다’ : 조사? 형용사? 접사?
‘이다’는 한국어에서 명사(구)와 함께 쓰여 서술어로 기능하는 형태소의 일종입니다. 형태적으로는 자립성이 없어 앞말에 의존하여 나타나며, 앞말과의 사이에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김철수다, 나는 네 의견에는 반대다, 불이야
학교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조사는 주로 명사구 뒤에 나타나서 선행하는 명사구가 다른 말과 맺는 관계를 나타내거나 선행하는 명사구에 일정한 의미를 더하는 문법부류입니다. 형태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다’의 경우 위 예문과 같이 명사구에 결합하여 쓰이고 선행하는 말에 의존적이라는 점에서는 조사의 특성을 일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다’는 아래처럼 활용한다는 특징을 가지며 그 양상은 대체로 형용사와 유사해 학교문법처럼 딱 잘라 조사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다’의 범주를 굳이 따지자면 형용사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죠. 형용사는 형용사이되 앞말에 의존하여 나타나며 앞말과의 사이에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수한 형용사(의존형용사)로 보는 견해입니다.
이다 : 학생이다, 학생이구나
형용사 : 예쁘다, 예쁘구나
동사 : 먹는다, 먹는구나
하지만 형용사(어휘형태소)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어에서 구개음화는 형태소 경계에서 /ㄷ, ㅌ/가 /$i,j$/로 시작하는 문법형태소와 연쇄하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예: 같-이 > [가치]) 다시 말해 어떤 말이 구개음화의 환경이 되는 경우, 그 말은 문법형태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이다’ 앞에서도 구개음화가 일어난다는 점(예 : 밭-이다 > [바치다])을 고려할 때 ‘이다’를 문법형태소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이다’의 주된 역할이 문법적 기능이라는 사실도 ‘이다’를 어휘형태소의 일종인 형용사로 분류하는 데 주저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모음 뒤의 ‘이다’는 생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분석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없어도 되는 거라면 대체 ‘이다’는 정체가 뭐냐는 것이죠.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그 문제를 푼 분은 뛰어난 {수학자이다, 수학자다}.
그 분은 뛰어난 {수학자이지만, 수학자지만} 천재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다’를 접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생략되거나 구개음화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다’가 문법형태소의 일종(통사적 접사)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인 것이죠. 하지만 ‘이다’는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하는게 아니라 문장(서술어)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이 견해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이다’의 성격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일부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영역이 중첩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다’는 학교문법의 기존 9품사 체계에서 어느 한 쪽에 분류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다’를 특정 문법 범주로 분류하기보다 ‘이다’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법적 성격을 제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대상의 정체 밝힘
‘이다’는 어휘적으로 명시적인 의미가 드러나지 않아 ‘이다’가 어휘 의미를 가지느냐에 대해서는 국어학계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이다’의 의미를 문장의 서술을 완전히 하는 지정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하면서 ‘잡음씨’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때 지정이란 대상의 정체를 밝히는 확인(identification)을 가리킵니다.
실제로 ‘이다’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부류가 바로 지정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속성 지정 : 너는 바보다
동일대상 지정 : 영희가 그녀이다
앞말과 뒷말 연결
계사(繫辭, copula)란 문장의 주어와 보어,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시키는 단어를 가리킵니다. 계사의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지정이며 영어 be동사가 대표적인 계사로 분류됩니다. 국어의 ‘이다’ 역시 몇 가지 쓰임에 있어서는 be동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집니다. 아래 예문과 같습니다.
동일대상 : 나는 김철수다, The Morning Star is the Evening Star
일원 : 나는 학생이다, The Moscow is a large city
속성 : 그는 12살이고 사춘기다, The hen is next to the cockerel
앞말을 서술어로 만들어주기
한국어에서 명사는 의미상으로 서술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미가 결합할 수 없어서 문법적으로는 서술어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다음 문장과 같습니다.
체육은 진이가 최고
위 문장에서 ‘최고’는 서술어적 성격을 지니지만 문법적으로는 명사이기 때문에 완전한 문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때 해당 명사가 서술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요소를 기능동사라고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체육은 진이가 최고다.
‘이다’는 기능동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이다’는 정말 별뜻없이 서술이라는 용언 기능만을 담당할 뿐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나는 그 의견에 반대다
(2) 내 연구실이 엉망이다
(3) 우리는 친구다
위 예문의 (1)에서 ‘나’라는 행위주역(Agent)과 ‘그 의견’이라는 대상역(Theme)이 실현된 데에는 ‘반대’라는 서술성명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반대’가 ‘나’와 ‘그 의견’을 논항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지 ‘이다’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2)의 ‘엉망’은 ‘내 연구실’을, (3)의 ‘친구’는 ‘우리’를 논항으로 요구해 실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처럼 서술성명사에 후행하는 ‘이다’는 별뜻없이 서술이라는 용언 기능만 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어 기능동사에는 ‘이다’ 외에 ‘하다’(공부하다, 건강하다 등)도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다’를 용례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감탄, 놀라움, 사실의 전달
‘이다’의 다음과 같이 도입문(presentation sentence) 형식으로도 나타납니다. 주로 발화 현장에 있는 대상을 지시하는 체언 뒤에 쓰여서 현장에 있는 사실에 대한 감탄, 놀라움 등을 나타내거나 어떤 사실을 알릴 때 씁니다.
와, 눈이다
경찰이다!
손님, 주문하신 카페라떼입니다
구어에서의 다양한 쓰임
구어에서 ‘이다’는 상황, 맥락에 따라 결합제약 없이 자유롭게 쓰입니다. 예컨대 ‘나는 커피다’라는 표현은 평소엔 비문입니다. 하지만 음료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 커피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때 ‘이다’의 의미는 통사론의 분석 범주를 넘어서 의미론, 화용론적 인 것이 됩니다.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커피는 셀프입니다
다음 주는 한강이지?
침대는 과학입니다
관용표현
명사류와 ‘이다’가 함께 쓰여 본래 명사나 ‘이다’에서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구 전체를 한 단위로 보는 게 적절할 수 있습니다.
김치 냄새는 양반이지
아유, 쟤는 참 밥맛이야
돈 십만 원이 어디야?
북한은 협상에 도사다
이제부터 거짓말하지 않기다
-ㄴ/ㄹ 명사+이다
‘이다’는 다음과 같이 ‘-ㄴ/ㄹ 명사+이다’ 구성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이들은 주로 선행하는 절에 대한 화자에 태도, 즉 양태(modality)를 나타냅니다.
나는 다음 주 일본에 갈 것이다
내일부터 일기를 쓸 예정이야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니?
왠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날 속이겠다는 작정이었군
위 용례 가운데 말뭉치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표현은 바로 ‘-ㄴ/ㄹ 것이다’입니다. 남길임(2006)에 따르면 21세기 세종계획 1000만 어절 균형말뭉치에는 ‘것이다’가 주로 아래와 같이 축약, 활용한 형태로 실현됩니다.
거야, 거거든요, 거고, 거구, 거군요, 거네, 거니, 거니까, 거다, 거라구, 거라면, 거면, 거야, 거예요, 거잖아, 거요, 거지, 건가요, 건데, 걸까, 겁니까…
‘-ㄴ/ㄹ 명사+이다’ 구성에서 명사 위치에 실현되는 어휘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오, 경향, 계획, 기분, 기색, 눈빛, 눈치, 느낌, 마음, 방침, 상황, 처지, 생각, 설명, 속셈, 시늉, 실정, 심사, 심산, 심정, 안색, 예정, 입장, 의견, 작정, 태세, 표정, 형국, 형편…
부사+이다
‘이다’는 다음과 같이 몇몇 부사와 결합하여 그 부사의 뜻을 강조할 때도 쓰입니다. 소수의 부사와만 결합하고 결합에 있어서 특별한 규칙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관용적인 용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엔 이 노래가 딱이다
내일 참석해 주세요. 꼭이요!
정말이지 시댁에 너무 가기 싫습니다
‘부사+이다’ 구성에서 부사 위치에 실현되는 어휘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직, 벌써, 오래, 금방, 금세, 보통, 별로, 제발, 따로, 계속, 먼저, 바로, 또, 캡, 짱, 왕, 딱, 꼭, 일쑤, 십상, 그만, 고작, 제법, 물론…
이번 글에서는 ‘이다’라는 형태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경희대 이선웅 교수님 강의와 ‘왜 다시 품사론인가(남기심 외, 커뮤니케이션북스)’에 실린 남길임(2006)을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다’ : 조사? 형용사? 접사?
‘이다’는 한국어에서 명사(구)와 함께 쓰여 서술어로 기능하는 형태소의 일종입니다. 형태적으로는 자립성이 없어 앞말에 의존하여 나타나며, 앞말과의 사이에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김철수다, 나는 네 의견에는 반대다, 불이야
학교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조사는 주로 명사구 뒤에 나타나서 선행하는 명사구가 다른 말과 맺는 관계를 나타내거나 선행하는 명사구에 일정한 의미를 더하는 문법부류입니다. 형태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다’의 경우 위 예문과 같이 명사구에 결합하여 쓰이고 선행하는 말에 의존적이라는 점에서는 조사의 특성을 일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다’는 아래처럼 활용한다는 특징을 가지며 그 양상은 대체로 형용사와 유사해 학교문법처럼 딱 잘라 조사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다’의 범주를 굳이 따지자면 형용사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죠. 형용사는 형용사이되 앞말에 의존하여 나타나며 앞말과의 사이에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수한 형용사(의존형용사)로 보는 견해입니다.
이다 : 학생이다, 학생이구나
형용사 : 예쁘다, 예쁘구나
동사 : 먹는다, 먹는구나
하지만 형용사(어휘형태소)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어에서 구개음화는 형태소 경계에서 /ㄷ, ㅌ/가 /$i,j$/로 시작하는 문법형태소와 연쇄하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예: 같-이 > [가치]) 다시 말해 어떤 말이 구개음화의 환경이 되는 경우, 그 말은 문법형태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이다’ 앞에서도 구개음화가 일어난다는 점(예 : 밭-이다 > [바치다])을 고려할 때 ‘이다’를 문법형태소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이다’의 주된 역할이 문법적 기능이라는 사실도 ‘이다’를 어휘형태소의 일종인 형용사로 분류하는 데 주저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모음 뒤의 ‘이다’는 생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분석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없어도 되는 거라면 대체 ‘이다’는 정체가 뭐냐는 것이죠.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그 문제를 푼 분은 뛰어난 {수학자이다, 수학자다}.
그 분은 뛰어난 {수학자이지만, 수학자지만} 천재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다’를 접사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생략되거나 구개음화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다’가 문법형태소의 일종(통사적 접사)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인 것이죠. 하지만 ‘이다’는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하는게 아니라 문장(서술어)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이 견해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이다’의 성격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일부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영역이 중첩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다’는 학교문법의 기존 9품사 체계에서 어느 한 쪽에 분류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다’를 특정 문법 범주로 분류하기보다 ‘이다’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법적 성격을 제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대상의 정체 밝힘
‘이다’는 어휘적으로 명시적인 의미가 드러나지 않아 ‘이다’가 어휘 의미를 가지느냐에 대해서는 국어학계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이다’의 의미를 문장의 서술을 완전히 하는 지정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하면서 ‘잡음씨’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때 지정이란 대상의 정체를 밝히는 확인(identification)을 가리킵니다.
실제로 ‘이다’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부류가 바로 지정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속성 지정 : 너는 바보다
동일대상 지정 : 영희가 그녀이다
앞말과 뒷말 연결
계사(繫辭, copula)란 문장의 주어와 보어,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시키는 단어를 가리킵니다. 계사의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지정이며 영어 be동사가 대표적인 계사로 분류됩니다. 국어의 ‘이다’ 역시 몇 가지 쓰임에 있어서는 be동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집니다. 아래 예문과 같습니다.
동일대상 : 나는 김철수다, The Morning Star is the Evening Star
일원 : 나는 학생이다, The Moscow is a large city
속성 : 그는 12살이고 사춘기다, The hen is next to the cockerel
앞말을 서술어로 만들어주기
한국어에서 명사는 의미상으로 서술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미가 결합할 수 없어서 문법적으로는 서술어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다음 문장과 같습니다.
체육은 진이가 최고
위 문장에서 ‘최고’는 서술어적 성격을 지니지만 문법적으로는 명사이기 때문에 완전한 문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때 해당 명사가 서술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요소를 기능동사라고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체육은 진이가 최고다.
‘이다’는 기능동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이다’는 정말 별뜻없이 서술이라는 용언 기능만을 담당할 뿐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나는 그 의견에 반대다
(2) 내 연구실이 엉망이다
(3) 우리는 친구다
위 예문의 (1)에서 ‘나’라는 행위주역(Agent)과 ‘그 의견’이라는 대상역(Theme)이 실현된 데에는 ‘반대’라는 서술성명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반대’가 ‘나’와 ‘그 의견’을 논항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지 ‘이다’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2)의 ‘엉망’은 ‘내 연구실’을, (3)의 ‘친구’는 ‘우리’를 논항으로 요구해 실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처럼 서술성명사에 후행하는 ‘이다’는 별뜻없이 서술이라는 용언 기능만 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어 기능동사에는 ‘이다’ 외에 ‘하다’(공부하다, 건강하다 등)도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다’를 용례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감탄, 놀라움, 사실의 전달
‘이다’의 다음과 같이 도입문(presentation sentence) 형식으로도 나타납니다. 주로 발화 현장에 있는 대상을 지시하는 체언 뒤에 쓰여서 현장에 있는 사실에 대한 감탄, 놀라움 등을 나타내거나 어떤 사실을 알릴 때 씁니다.
와, 눈이다
경찰이다!
손님, 주문하신 카페라떼입니다
구어에서의 다양한 쓰임
구어에서 ‘이다’는 상황, 맥락에 따라 결합제약 없이 자유롭게 쓰입니다. 예컨대 ‘나는 커피다’라는 표현은 평소엔 비문입니다. 하지만 음료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 커피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때 ‘이다’의 의미는 통사론의 분석 범주를 넘어서 의미론, 화용론적 인 것이 됩니다.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커피는 셀프입니다
다음 주는 한강이지?
침대는 과학입니다
관용표현
명사류와 ‘이다’가 함께 쓰여 본래 명사나 ‘이다’에서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구 전체를 한 단위로 보는 게 적절할 수 있습니다.
김치 냄새는 양반이지
아유, 쟤는 참 밥맛이야
돈 십만 원이 어디야?
북한은 협상에 도사다
이제부터 거짓말하지 않기다
-ㄴ/ㄹ 명사+이다
‘이다’는 다음과 같이 ‘-ㄴ/ㄹ 명사+이다’ 구성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이들은 주로 선행하는 절에 대한 화자에 태도, 즉 양태(modality)를 나타냅니다.
나는 다음 주 일본에 갈 것이다
내일부터 일기를 쓸 예정이야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니?
왠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날 속이겠다는 작정이었군
위 용례 가운데 말뭉치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표현은 바로 ‘-ㄴ/ㄹ 것이다’입니다. 남길임(2006)에 따르면 21세기 세종계획 1000만 어절 균형말뭉치에는 ‘것이다’가 주로 아래와 같이 축약, 활용한 형태로 실현됩니다.
거야, 거거든요, 거고, 거구, 거군요, 거네, 거니, 거니까, 거다, 거라구, 거라면, 거면, 거야, 거예요, 거잖아, 거요, 거지, 건가요, 건데, 걸까, 겁니까…
‘-ㄴ/ㄹ 명사+이다’ 구성에서 명사 위치에 실현되는 어휘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오, 경향, 계획, 기분, 기색, 눈빛, 눈치, 느낌, 마음, 방침, 상황, 처지, 생각, 설명, 속셈, 시늉, 실정, 심사, 심산, 심정, 안색, 예정, 입장, 의견, 작정, 태세, 표정, 형국, 형편…
부사+이다
‘이다’는 다음과 같이 몇몇 부사와 결합하여 그 부사의 뜻을 강조할 때도 쓰입니다. 소수의 부사와만 결합하고 결합에 있어서 특별한 규칙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관용적인 용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엔 이 노래가 딱이다
내일 참석해 주세요. 꼭이요!
정말이지 시댁에 너무 가기 싫습니다
‘부사+이다’ 구성에서 부사 위치에 실현되는 어휘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직, 벌써, 오래, 금방, 금세, 보통, 별로, 제발, 따로, 계속, 먼저, 바로, 또, 캡, 짱, 왕, 딱, 꼭, 일쑤, 십상, 그만, 고작, 제법,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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