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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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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 어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한국어문법총론1(구본관 외 지음, 집문당 펴냄)’을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어는 SOV

세계 언어가 지닌 특성들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고 일반적인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언어학의 분야를 언어유형론(linguistic typology)이라 합니다. 언어유형론적으로 볼 때 한국어의 기본 어순은 ‘SOV’입니다. 이는 ‘주어(Subject)+목적어(Object)+동사(Verb)’의 어순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는 SVO 언어입니다)

한국어의 어순 유형

한국어 어순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주어+서술어

(나) 주어+보어+서술어

(다) 주어+목적어+서술어

(라) 주어+부사어+서술어

(마) 주어+부사어+목적어+서술어

(바) 주어+목적어+부사어+서술어

주어+서술어

우선 (가) 유형을 먼저 보겠습니다. (가)는 가장 기본적인 어순으로서 이 어순이 유지된 채 다른 문장 성분이 추가되어 (나)~(바)의 어순이 성립하게 됩니다. 다음 예문에서 보듯이 주어는 서술어 앞에 나오는 것이 원칙이며 만약 강조 등의 문체적 효과를 주기 위해 서술어를 주어 앞에 쓸 때에는 서술어 뒤에 약간의 휴지(pause)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자 언어에서는 서술어 뒤에 반점(,)을 씀으로써 이를 반영합니다.

아기가 잡니다.

겨울은 춥습니다.

여기가 서울입니다.

잡니다, 아기가.

주어+보어+서술어

(나) 유형의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보어와 주어의 순서가 바뀌면 주어와 보어의 해석 역시 바뀌게 되어 뜻이 다른 문장이 되거나 비문이 됩니다. (가) 유형처럼 서술어를 앞에 쓰면 반점을 써 주어야 합니다.

여기는 덕수궁이 아니다. 덕수궁은 여기가 아니다.

철수가 의사가 되었다. *의사가 철수가 되었다.

아니다, 여기는 덕수궁이.

주어+목적어+서술어

먼저 예문을 보겠습니다.

(1) 톰이 제리를 좋아한다.

(2) 제리를 톰이 좋아한다.

(3) 톰이 좋아한다, 제리를.

(4) 좋아한다, 톰이 제리를.

(5) 제리를 좋아한다, 톰이.

(6) 좋아한다, 제리를 톰이.

(1)은 가장 일반적인 (다) 유형 문장입니다. 그런데 (2)에서 보듯이 목적어에 서술의 초점을 두어 주어와 목적어의 순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주어와 목적어의 기능이 뚜렷이 구분되고 격조사 형태도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3)~(6)처럼 서술어의 순서까지 바뀌면 어순이 바뀐 문장이 여럿 존재하게 됩니다. 위 예문 모두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입니다.

주어+부사어+서술어

예문을 보겠습니다. (다) 유형의 목적어처럼, (라) 유형의 부사어 또한 의미 강조를 위해 주어와 자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서술어의 순서까지 바꾼 문장도 성립합니다.

이 지역 기후는 벼농사에 적합하다.

벼농사에 이 지역 기후는 적합하다.

적합하다, 이 지역 기후는 벼농사에.

주어+부사어+목적어+서술어

예문을 보겠습니다.

(A) 선희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B) 선희가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C) 철수는 밥을 맛있게 먹는다.

(D) 철수는 맛있게 밥을 먹는다.

(A), (B)를 보면 부사어가 목적어 앞이나 뒤, 둘 중 아무 위치나 올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C)와 (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A)와 (C)가 정상적인 어순이고, (B)와 (D)가 각각 ‘선물을’과 ‘맛있게’를 초점화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순 바꿈이 주어와 목적어의 어순 바꿈만큼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목적어+부사어+서술어

다음 예문은 부사어를 목적어 뒤에 놓아야 하는 어순입니다. 만약 순서가 바뀌면 매우 어색하거나 비문이 됩니다. 아래 예문에서 ‘꽃에’, ‘사위로’, ‘천재로’, ‘녹지로’ 등의 부사어는 없으면 안되는 필수 부사어인 점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꺽정 씨가 나를 꽃에 비유했다.

그분이 백동수를 사위로 삼았다.

우리는 홍길동 씨를 천재로 여긴다.

그들이 황무지를 녹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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