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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부정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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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부정 표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부정문

부정소란 어떤 문장에 덧붙어 그 명제의 진위를 정반대로 바꾸는 일을 하는 요소를 가리킵니다. 한국어에서 대표적인 부정소로는 , 이 있습니다. 부정문(否定文)이란 부정소가 들어있는 문장입니다.

한국어에선 긍정문과는 잘 결합하지 않고 부정문과만 결합하는 특정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부정극어라고 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 결코, 전혀, 절대로, 과히, 그다지, 비단, 별로, 통, 도무지, 도저히 등
  • 더 이상, 하나도, 한 $X$도(한 개도, 한 대도, 한 자루도 등), 아무도, 추호도, 조금도 등

한국어에서는 부정극어와 호응하는 특성으로 부정문의 범위를 정합니다. 다시 말해 부정극어가 자연스럽게 끼어 들어갈 수 있으면 해당 문장을 부정문으로 보는 것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대체로 ‘안’이나 ‘못’이 있는 문장과 부정극어가 어울립니다.

그러나 ‘안’이나 ‘못’이 없지만, 부정극어를 허용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예문은 부정문으로 인정하는 견해가 다수입니다(부정극어 ‘전혀’와 호응, 모른다는 ‘알지 못하다’와 대응).

  • 그는 진이가 한 일을 전혀 모른다.

아래 예문의 ‘비전문적이다’는 의미상 ‘전문적이다’를 부정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부정적인 뜻의 어휘를 만든 것일 뿐 통사적으로 부정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다시 말해 부정적인 뜻의 어휘를 서술어로 하는 통사적 긍정문임). 부정극어 ‘전혀’와 호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그 지식은 전혀 비전문적이다.
  • 그 지식은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 미(未), 무(無), 비(非), 불(不), 몰(沒)이 결합한 경우, 문장 전체의 뜻은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통사적으로는 부정문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정법의 종류와 특징

부정법을 종류와 특징을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안’ 부정법

‘안’ 부정법에는 부정 부사 ‘안’을 쓰는 단형부정과 부정 보조동사 구성 ‘-지 않-‘을 쓰는 장형부정이 있습니다. ‘$X$하-‘ 꼴의 동사를 단형으로 부정할 때, ‘안 $X$하-‘보다는 ‘$X$ 안 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 공부 안 하-

‘$X$하-‘ 꼴의 형용사를 단형으로 부정할 때에는 ‘안 $X$하-‘를 선호합니다.

  • 안 깨끗하-, 안 화려하-

‘안’ 부정법은 의지, 상황, 능력, 불급 등 특별한 의미가 없는 평범한 부정을 나타낼 때 쓰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

주체의 의지에 의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음(의지 부정)을 나타낼 때도 ‘안’ 부정법이 쓰입니다. 주어가 의지를 가질 수 있고 서술어가 행위동사인 경우에만 ‘안’이 의지 부정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진이는 밤새 한잠도 자지 않았다.
  • 진이는 고기를 안 먹는거야, 못 먹는 거야?

반면 주어가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안’ 부정문을 쓸 수 없습니다. 다음 예문은 이 때문에 비문입니다.

  • *진이는 대문이 잠겨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 *진이는 회사에서 1년을 견디지 않았다.

‘못’ 부정법

‘못’ 부정법에는 부정 부사 ‘못’을 쓰는 단형부정과, 부정 보조동사 구성 ‘-지 못하-‘를 쓰는 장형부정이 있습니다. 어떤 행위를 할 능력이 없음(능력 부정)을 나타낼 때 ‘못’ 부정법을 씁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진이는 이 바위를 못 든다.

주체의 의지와 상관 없이 상황에 의해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함(상황 부정)을 나타낼 때도 ‘못’ 부정법을 씁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밖이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못했다.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주어가 나타나야 ‘못’ 부정법이 ‘능력 부정’이나 ‘상황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예문처럼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주어가 나타난 경우에 ‘못’ 부정법을 기본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 *비가 오지 못했다.
  • *내용이 외워지지 못한다.
  • *날씨가 춥지 못하다.

‘못’ 부정법은 형용사문에서도 기본적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형용사가 드러나는 상태는 주어의 의지나 능력과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주어와 ‘못’이 어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예문의 경우 ‘못’은 상황이 화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불급(不及)부정)을 나타냅니다.

  • 엑스레이가 이 물질을 통과하지 못했다.
  •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서 대접이 소홀했습니다. (형용사와 함께 쓰이는 경우 장형부정만 가능)

한편 부정 보조용언 ‘않-‘, ‘못하-‘가 동사 활용을 보일 것인지, 형용사 활용을 보일 것인지는 ‘-지’ 앞 용언의 품사에 따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동사 : 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 *않다}.
  • 형용사 : 나는 배가 아프지 {*않는다, 않다}.
  • 동사 : 진이가 잠을 자지 {못한다, *못하다}.
  • 형용사 :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다, 못하다}.

‘말다’ 부정법

‘안’ 부정법과 ‘못’ 부정법은 평서문, 의문문에 쓰이고, ‘말다’ 부정법은 명령문, 청유문에 쓰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책을 읽지 {말아라, *않아라, 못해라}.
  • 책을 읽지 {말자, *않자, *못하자}.

바람을 나타내는 동사 ‘바라다, 희망하다, 원하다, 기대하다’ 등이 쓰일 때에는 명령이나 청유가 아닌 문장에서도 쓰일 수 있습니다.

  • 나는 네가 미국에 가지 {말기를/않기를} 바란다.

당위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 너는 미국에 가지 {말아야/않아야} 한다.

특수 어휘에 의한 부정법

‘없다’, ‘모르다’, ‘아니다’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세 어휘는 부정극어와 어울려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특수 어휘에 의한 부정법이라는 별도 범주로 분류해 둔 것입니다.

‘없다’는 ‘있다(형용사 exist)’의 부정어 노릇을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책이 여기에 있다.
  • 책이 여기에 없다.

동사인 ‘있다(stay)’나 ‘계시다’는 ‘안’ 부정문이나 ‘못’ 부정문으로 부정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저놈이 잠시도 가만히 안 있는다.
  • 선생님은 저기에 안 계신다.

보조동사 구성 ‘-어 있-‘, ‘-고 있-‘에서의 ‘있다’도 부정어로 ‘없다’를 취하지 않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아이들이 놀고 없어요.
  • 아이들이 놀고 있지 않아요.

‘모르다’는 ‘알다’의 부정어 노릇을 합니다. 다만 부정의 정도를 좀 완화할 때에는 ‘알지 못하다’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

‘아니다’는 다음과 같이 ‘이다’의 부정어 노릇을 합니다.

  • 진이는 회사원이다.
  • 진이는 회사원이 아니다.

단, ‘$X$적이-‘ 꼴의 술어를 부정할 때는 특수형 ‘-이 아니-‘뿐 아니라 장형 ‘-지 않-‘도 가능합니다.

  • 보수적이 아니다.
  • 보수적이지 않다.

단형부정 vs 장형부정

의문문에서 ‘안(단형부정)’을 이용하면, 화자가 어떤 긍정적인 전제를 가지고 있었으나 상황을 보니 그 전제가 부정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그 전제가 부정되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너 오늘 수업 들으러 안 가?

‘안’이 쓰일 때 화자는 부정문으로 표현될 수 있는 내용을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위 예문 기준으로는 ‘청자가 오늘 수업 들으러 안 간다’는 문장이 화자 마음 속에 있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반면 ‘-지 않-(장형부정)’을 이용하면 화자가 긍정적인 전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청자에게 동의를 요청하는 기능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너 오늘 수업 들으러 가지 않아?

‘-지 않-‘이 쓰일 때 화자는 긍정문으로 표현될 수 있는 내용을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위 예문 기준으로는 ‘청자가 오늘 수업 들으러 간다’는 문장이 화자 마음 속에 있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부정의 작용역 차이도 나타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학생이 다 안 왔어. → 1차적 해석 : 부정소가 동사만 부정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 즉 “온 사람이 없음”

    → 2차적 해석 : 부정소가 수량 표현까지 부정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 즉 “일부만 왔음”

  • 학생이 다 오지 않았어. → 부정소가 수량 표현까지 부정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 즉 “일부만 왔음”

    → 부정소가 동사만 부정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 즉 “온 사람이 없음”

다른 예문을 보겠습니다.

  • 진이가 민이만 안 때렸어. → 1차적 해석 : “진이가 안 때린 유일한 사람이 민이임”
  • 진이가 민이만 때리지 않았어. → “진이가 때린 사람이 민이 외에도 있음”

    → “진이가 안 때린 유일한 사람이 민이임”

단형부정문과 달리 장형부정문은 용언 뒤에 보조사가 첨가될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진이는 예쁘지 않다.

단형부정은 단정적인 부정, 장형부정은 완곡한 부정의 효과를 냅니다. 부정부사 ‘안’을 수정하고 싶은 정보 앞에 위치시키면 좀 더 강력한 수정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장형부정 ‘-지 않-‘을 보조사 ‘는’과 함께 사용하면 부분적인 수정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단정적인 부정 : 안 예쁘다. 안 그래.
  • 완곡한 부정 : 예쁘지는 않다. 그렇지는 않아.

위와 같은 단형부정과 장형부정의 차이는 서술어가 동사일 때보다 형용사일 때 더 잘 나타납니다. 형용사는 그 특성상 정도성 개념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형용사 ‘예쁘다’의 경우 못생김과 예쁨의 양극단에서 어떤 지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단형부정, 장형부정의 의미상 차이와 연결지어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을 쓰는 단형부정은 격식적이지 않은 상황, 즉 일상 구어에서 잘 쓰입니다. 다만 사용 빈도가 낮은 용언, 어간 음절수가 많은 용언은 ‘안’보다는 ‘-지 않-‘과 결합하는 예가 많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굶주리지 않-, 예사롭지 않-, 우유부단하지 않-

‘교육자답다’ 등 “$X$의 자격을 갖추고 있음”의 의미를 나타내는 ‘$X$답-‘ 꼴의 형용사는 단형부정으로 잘 부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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