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격조사
13 Oct 2017 | syntax
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격조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조사
조사란 주로 명사구 뒤에 나타나서 선행하는 명사구가 다른 말과 맺는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선행하는 명사구에 일정한 의미를 더하는 기능을 하는 말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공놀이만 한다.
조사에는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격조사, 둘 이상의 말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조사, 특수한 뜻(의미)을 더해주는 보조사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위 예문에서 이, 에서가 격조사, 만이 보조사에 해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격조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격조사
격이란 핵이 있는 구성에서 핵에 의존적인 명사(구)가 핵에 대해 가지는 문법적, 의미적 관계의 유형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명사구가 문장 내에서 갖는 자격이 바로 격입니다.
격조사란 격을 나타내는 조사입니다. 격조사는 조사의 형태만으로도 선행 명사구가 문장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진이가 집에서 밥을 먹었다.
(2) 진이의 집
(1)에 해당하는 절(節)의 핵은 ‘먹었다’라는 서술어입니다. (1)에 속한 명사구들이 서술어 핵과 어떤 문법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서술어의 주체(주어)는 진이, 서술어가 가리키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은 집, 서술어의 대상(목적어)는 밥입니다. 이번엔 격조사가 격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에서 ‘가’는 앞말이 주어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에서’ 앞의 집은 부사어(장소), ‘을’ 앞의 밥은 목적어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에 해당하는 명사구의 핵은 ‘집’이라는 명사입니다. ‘진이의’라는 명사구는 명사 핵 ‘집’과 의존(수식)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격조사 ‘의’는 앞말이 관형어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격조사는 크게 문법격 조사와 의미격 조사 둘로 나뉩니다. 문법격 조사는 문장 내에서 선행 명사구의 문법적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그 예로 ‘가(앞말이 주어임을 나타냄)’ ‘를(목적어)’ ‘의(관형어)’ 등이 있습니다. 의미격 조사는 문장 내에서 명사구의 의미적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에(장소)’ ‘로(장소/도구)’ ‘와(동반자)’ 등이 있습니다.
주격조사
주격조사란 앞의 말이 그 문장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이/가’가 대표적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만 주어로 해석할 수 없는 명사(구)에 ‘이/가’가 결합하는 경우도 있어서 분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래 예문의 경우 전체 문장의 주어는 ‘진이’이지 ‘반장’이 아닙니다(‘반장’은 보어). 그런데도 반장이라는 명사에 ‘이’가 붙었습니다.
진이가 반장이 되었다.
진이가 반장이 아니지?
아래와 같은 ‘장형 부정 구문’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예문의 경우 ‘춥다’는 서술어(본용언)에 해당하는 데 ‘가’가 붙었습니다.
날씨가 춥지가 않다.
한편 ‘께서’는 존칭명사, ‘서’는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쓰이는 주격조사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진이를 칭찬하셨다.
셋이서 길을 나섰다.
목적격조사
목적격조사란 앞의 말이 그 문장의 목적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어떤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가리키는 격조사라는 취지로 대격조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매미를 잡는구나.
목적격조사 ‘을/를’ 역시 목적어로 해석할 수 없는 명사구에 ‘을/를’이 결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이는 밥을 먹지를 않았다.
관형격조사
앞의 말이 후행하는 체언의 관형어임을 나타내는 조사를 관형격조사라고 합니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나타나 두 명사를 더 큰 명사구로 묶어줍니다. 한 명사가 다른 명사에 소속되는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 주는 기능에 주목해 속격조사라고도 부릅니다.
소유 : 언니의 모자
주체 : 나의 연구
대상 : 향가의 연구
소속 : 한국의 사찰
속성 : 평화의 종소리
부사격조사
앞의 말이 그 문장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을 하는 격조사를 부사격조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사격조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문법적 기능보다는 이들이 표시하는 여러 의미 관계가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부사격조사의 종류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처격조사
장소(처소)를 나타내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부사격조사입니다. 대표적으로 ‘에’, ‘에게’, ‘에서’ 등이 있습니다.
‘에’는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아래 유형로 갈 수록 장소의 본래적 의미가 추상화돼 확장되고 있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태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문장에서 나무가 쓰러진 배경(공간)에 태풍이 있었다, 는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의미
예문
비고
처소
산에 나무가 많다
서술어가 있다, 없다, 많다, 적다, 살다, 남다, 흔하다, 드물다 등일 때
처소(지향점)
진이는 도서관에 간다
서술어가 가다, 오다, 다니다, 도착하다 등일 때
처소(수여자)
진이는 꽃에 물을 주었다
서술어가 주다, 보내다, 맡기다 등일 때
시간
진달래는 이른 봄에 핀다
단위
한 반에 다섯 개씩 돌려라
이유
태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에게’는 ‘에’와 기능상 밀접합니다만 ‘에게’는 유정명사, ‘에’는 무정명사에 사용합니다. 아울러 ‘에게’는 ‘주다’ 류의 동사와 어울려서 주는 일과 관련되어 쓰이는 일이 잦아서 여격조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의미
예문
비고
처소
진이에게 볼펜이 있다
서술어가 있다, 없다, 남다, 많다, 적다 등일 때
처소(지향점)
진이는 민이에게 갔다
서술어가 가다, 오다 등일 때
처소(수여자)
진이는 민이에게 물을 주었다
서술어가 주다, 보내다, 전화하다, 말하다, 묻다, 가르치다 등일 때
처소(출발점)
진이는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서술어가 받다, 얻다, 배우다 등일 때
‘에서’는 이동성 및 방향성이 있는 서술어와 결합하는 경우 출발점을 가리킵니다.
선수단이 부산(출발점)에서 왔다
선수단이 부산(도착점)에 왔다
‘에서’는 ‘에’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처소를 나타내나 그 분포가 서로 다릅니다.
{거실에서, *거실에} 뛰었다.
{*거실에서, 거실에} 화분이 있다.
그렇다면 위 예문의 ‘에’와 ‘에서’는 어떤 의미적 차이를 지니길래 분포가 달라지는 걸까요? 대체로 ‘에’는 위치나 존재를 나타내는 정적인 서술어와 결합하여 사람이나 물건이 존재하거나 위치하는 곳을 나타냅니다. ‘에서’는 동적인 서술어와 결합하여 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나타냅니다. 각 유형에 해당하는 서술어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있다, 없다, 살다, 남다 : 에
놀다, 공부하다, 회의하다, 연설하다, 일하다, 근무하다, 싸우다, 자라다, 죽다, 만나다, 기다리다, 헤어지다 : 에서
하지만 ‘에’와 ‘에서’가 별 차이 없이 같이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에’와 ‘에서’가 한 말에서 분화돼 현대에서는 둘이 공존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구격조사
구격조사는 무엇을 만들 때 쓰이는 도구나 재료 및 어떤 일을 하는 수단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조사를 가리킵니다. 구격조사엔 ‘으로/로’가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구격조사 역시 아래 유형으로 갈수록 본래의 도구, 재료, 수단에서 그 의미가 추상화, 확장되고 있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유(=다른 사태를 유발하는 수단)와 경로(=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수단)는 수단의 확장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처소(=물리적으로 이동한 장소), 결과(=추상적으로 이동한 장소), 자격(=추상적으로 이동한 장소)은 경로의 의미에서 도출된 장소의 확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
예문
도구
가위로 색종이를 오린다
재료
어머니가 콩으로 메주를 쑤신다
수단
그 사람은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이유
가뭄으로 금년 농사를 망쳤다
경로
산길로 가다가 여우를 만났다
처소(지향점)
진이는 바다로 갔다
결과
황무지가 큰 도시로 바뀌었다
자격
김 선생은 진이를 사위로 삼았다
위 표에서 처소(지향점)로 쓰인 ‘로’가 처격조사 ‘에’와 쓰임이 유사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모두 목적지를 나타내는 조사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식당에, 식당으로} 오세요.
그런데 둘은 분명 쓰임이 다릅니다. ‘에’는 도착점을 가리키는 반면 ‘로’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나는 {서울에, *서울로} 도착했다.
화장실에 가려면 {*아래에, 아래로} 내려가세요.
공동격조사
두 명사가 서로 짝이 되어 어떤 일에 관여할 때 동반자를 표시하는 조사를 공동격조사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와/과’가 있습니다.
영희가 철수와 결혼했다.
진이는 동생과 사이좋게 지냈다.
‘와/과’는 주로 문어에서 쓰이고, ‘하고’는 대개 구어에서 쓰입니다.
비교격조사
두 명사의 상태를 비교할 때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조사를 비교격조사라고 합니다. ‘보다’와 ‘처럼, 만큼, 같이’가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두 명사의 상태에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쓰이고, 후자는 두 명사의 상태에 우열의 차이가 없을 때 사용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덥다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
키가 형만큼 컸다
곰같이 미련하다
‘처럼, 만큼, 같이’ 가운데 성격이 나머지와 다른 하나가 바로 ‘만큼’입니다. 앞말과 비교대상이 실제로 비슷해야 쓸 수 있고, 비유적인 상황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키가 190cm인 형과 180cm인 동생을 비교하며) 키가 {형처럼, 형같이, ?형만큼} 크네.
번개{처럼, 같이, *만큼} 빠르다.
인용격조사
인용격조사에는 ‘라고/이라고’, ‘고’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전자는 직접 인용, 후자는 간접 인용의 부사격조사입니다.
“어서 오너라”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어서 오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호격조사
앞의 말이 부름말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로, 누구를 부를 때 이름이나 호칭 다음에 쓰는 조사입니다. ‘아/야’는 해라체를 쓸 상대에게만 쓰여 경어법 면에서 큰 제약을 받습니다. 손윗사람에게는 ‘아버님’, ‘형’처럼 호격조사를 생략한 채 호칭만 씁니다. ‘여/이여’, ‘시여/이시여’는 존대 의미를 나타내는 호격조사로 기도문이나 시적표현 등에 자주 쓰입니다.
서술격조사
학교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다’의 문법적 특성은 매우 복잡해서 어느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주류입니다. ‘이다’의 특성에 관련해서는 이곳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격조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조사
조사란 주로 명사구 뒤에 나타나서 선행하는 명사구가 다른 말과 맺는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선행하는 명사구에 일정한 의미를 더하는 기능을 하는 말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공놀이만 한다.
조사에는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격조사, 둘 이상의 말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조사, 특수한 뜻(의미)을 더해주는 보조사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위 예문에서 이, 에서가 격조사, 만이 보조사에 해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격조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격조사
격이란 핵이 있는 구성에서 핵에 의존적인 명사(구)가 핵에 대해 가지는 문법적, 의미적 관계의 유형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명사구가 문장 내에서 갖는 자격이 바로 격입니다.
격조사란 격을 나타내는 조사입니다. 격조사는 조사의 형태만으로도 선행 명사구가 문장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진이가 집에서 밥을 먹었다.
(2) 진이의 집
(1)에 해당하는 절(節)의 핵은 ‘먹었다’라는 서술어입니다. (1)에 속한 명사구들이 서술어 핵과 어떤 문법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서술어의 주체(주어)는 진이, 서술어가 가리키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은 집, 서술어의 대상(목적어)는 밥입니다. 이번엔 격조사가 격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에서 ‘가’는 앞말이 주어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에서’ 앞의 집은 부사어(장소), ‘을’ 앞의 밥은 목적어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에 해당하는 명사구의 핵은 ‘집’이라는 명사입니다. ‘진이의’라는 명사구는 명사 핵 ‘집’과 의존(수식)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격조사 ‘의’는 앞말이 관형어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격조사는 크게 문법격 조사와 의미격 조사 둘로 나뉩니다. 문법격 조사는 문장 내에서 선행 명사구의 문법적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그 예로 ‘가(앞말이 주어임을 나타냄)’ ‘를(목적어)’ ‘의(관형어)’ 등이 있습니다. 의미격 조사는 문장 내에서 명사구의 의미적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에(장소)’ ‘로(장소/도구)’ ‘와(동반자)’ 등이 있습니다.
주격조사
주격조사란 앞의 말이 그 문장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이/가’가 대표적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만 주어로 해석할 수 없는 명사(구)에 ‘이/가’가 결합하는 경우도 있어서 분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래 예문의 경우 전체 문장의 주어는 ‘진이’이지 ‘반장’이 아닙니다(‘반장’은 보어). 그런데도 반장이라는 명사에 ‘이’가 붙었습니다.
진이가 반장이 되었다.
진이가 반장이 아니지?
아래와 같은 ‘장형 부정 구문’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예문의 경우 ‘춥다’는 서술어(본용언)에 해당하는 데 ‘가’가 붙었습니다.
날씨가 춥지가 않다.
한편 ‘께서’는 존칭명사, ‘서’는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쓰이는 주격조사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진이를 칭찬하셨다.
셋이서 길을 나섰다.
목적격조사
목적격조사란 앞의 말이 그 문장의 목적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어떤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가리키는 격조사라는 취지로 대격조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매미를 잡는구나.
목적격조사 ‘을/를’ 역시 목적어로 해석할 수 없는 명사구에 ‘을/를’이 결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이는 밥을 먹지를 않았다.
관형격조사
앞의 말이 후행하는 체언의 관형어임을 나타내는 조사를 관형격조사라고 합니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나타나 두 명사를 더 큰 명사구로 묶어줍니다. 한 명사가 다른 명사에 소속되는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 주는 기능에 주목해 속격조사라고도 부릅니다.
소유 : 언니의 모자
주체 : 나의 연구
대상 : 향가의 연구
소속 : 한국의 사찰
속성 : 평화의 종소리
부사격조사
앞의 말이 그 문장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기능을 하는 격조사를 부사격조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사격조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문법적 기능보다는 이들이 표시하는 여러 의미 관계가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부사격조사의 종류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처격조사
장소(처소)를 나타내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부사격조사입니다. 대표적으로 ‘에’, ‘에게’, ‘에서’ 등이 있습니다.
‘에’는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아래 유형로 갈 수록 장소의 본래적 의미가 추상화돼 확장되고 있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태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문장에서 나무가 쓰러진 배경(공간)에 태풍이 있었다, 는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의미 | 예문 | 비고 |
---|---|---|
처소 | 산에 나무가 많다 | 서술어가 있다, 없다, 많다, 적다, 살다, 남다, 흔하다, 드물다 등일 때 |
처소(지향점) | 진이는 도서관에 간다 | 서술어가 가다, 오다, 다니다, 도착하다 등일 때 |
처소(수여자) | 진이는 꽃에 물을 주었다 | 서술어가 주다, 보내다, 맡기다 등일 때 |
시간 | 진달래는 이른 봄에 핀다 | |
단위 | 한 반에 다섯 개씩 돌려라 | |
이유 | 태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
‘에게’는 ‘에’와 기능상 밀접합니다만 ‘에게’는 유정명사, ‘에’는 무정명사에 사용합니다. 아울러 ‘에게’는 ‘주다’ 류의 동사와 어울려서 주는 일과 관련되어 쓰이는 일이 잦아서 여격조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의미 | 예문 | 비고 |
---|---|---|
처소 | 진이에게 볼펜이 있다 | 서술어가 있다, 없다, 남다, 많다, 적다 등일 때 |
처소(지향점) | 진이는 민이에게 갔다 | 서술어가 가다, 오다 등일 때 |
처소(수여자) | 진이는 민이에게 물을 주었다 | 서술어가 주다, 보내다, 전화하다, 말하다, 묻다, 가르치다 등일 때 |
처소(출발점) | 진이는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 서술어가 받다, 얻다, 배우다 등일 때 |
‘에서’는 이동성 및 방향성이 있는 서술어와 결합하는 경우 출발점을 가리킵니다.
선수단이 부산(출발점)에서 왔다
선수단이 부산(도착점)에 왔다
‘에서’는 ‘에’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처소를 나타내나 그 분포가 서로 다릅니다.
{거실에서, *거실에} 뛰었다.
{*거실에서, 거실에} 화분이 있다.
그렇다면 위 예문의 ‘에’와 ‘에서’는 어떤 의미적 차이를 지니길래 분포가 달라지는 걸까요? 대체로 ‘에’는 위치나 존재를 나타내는 정적인 서술어와 결합하여 사람이나 물건이 존재하거나 위치하는 곳을 나타냅니다. ‘에서’는 동적인 서술어와 결합하여 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나타냅니다. 각 유형에 해당하는 서술어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있다, 없다, 살다, 남다 : 에
놀다, 공부하다, 회의하다, 연설하다, 일하다, 근무하다, 싸우다, 자라다, 죽다, 만나다, 기다리다, 헤어지다 : 에서
하지만 ‘에’와 ‘에서’가 별 차이 없이 같이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에’와 ‘에서’가 한 말에서 분화돼 현대에서는 둘이 공존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구격조사
구격조사는 무엇을 만들 때 쓰이는 도구나 재료 및 어떤 일을 하는 수단을 나타내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조사를 가리킵니다. 구격조사엔 ‘으로/로’가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구격조사 역시 아래 유형으로 갈수록 본래의 도구, 재료, 수단에서 그 의미가 추상화, 확장되고 있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유(=다른 사태를 유발하는 수단)와 경로(=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수단)는 수단의 확장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처소(=물리적으로 이동한 장소), 결과(=추상적으로 이동한 장소), 자격(=추상적으로 이동한 장소)은 경로의 의미에서 도출된 장소의 확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 | 예문 |
---|---|
도구 | 가위로 색종이를 오린다 |
재료 | 어머니가 콩으로 메주를 쑤신다 |
수단 | 그 사람은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
이유 | 가뭄으로 금년 농사를 망쳤다 |
경로 | 산길로 가다가 여우를 만났다 |
처소(지향점) | 진이는 바다로 갔다 |
결과 | 황무지가 큰 도시로 바뀌었다 |
자격 | 김 선생은 진이를 사위로 삼았다 |
위 표에서 처소(지향점)로 쓰인 ‘로’가 처격조사 ‘에’와 쓰임이 유사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모두 목적지를 나타내는 조사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식당에, 식당으로} 오세요.
그런데 둘은 분명 쓰임이 다릅니다. ‘에’는 도착점을 가리키는 반면 ‘로’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나는 {서울에, *서울로} 도착했다.
화장실에 가려면 {*아래에, 아래로} 내려가세요.
공동격조사
두 명사가 서로 짝이 되어 어떤 일에 관여할 때 동반자를 표시하는 조사를 공동격조사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와/과’가 있습니다.
영희가 철수와 결혼했다.
진이는 동생과 사이좋게 지냈다.
‘와/과’는 주로 문어에서 쓰이고, ‘하고’는 대개 구어에서 쓰입니다.
비교격조사
두 명사의 상태를 비교할 때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조사를 비교격조사라고 합니다. ‘보다’와 ‘처럼, 만큼, 같이’가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두 명사의 상태에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쓰이고, 후자는 두 명사의 상태에 우열의 차이가 없을 때 사용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덥다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
키가 형만큼 컸다
곰같이 미련하다
‘처럼, 만큼, 같이’ 가운데 성격이 나머지와 다른 하나가 바로 ‘만큼’입니다. 앞말과 비교대상이 실제로 비슷해야 쓸 수 있고, 비유적인 상황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키가 190cm인 형과 180cm인 동생을 비교하며) 키가 {형처럼, 형같이, ?형만큼} 크네.
번개{처럼, 같이, *만큼} 빠르다.
인용격조사
인용격조사에는 ‘라고/이라고’, ‘고’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전자는 직접 인용, 후자는 간접 인용의 부사격조사입니다.
“어서 오너라”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어서 오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호격조사
앞의 말이 부름말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로, 누구를 부를 때 이름이나 호칭 다음에 쓰는 조사입니다. ‘아/야’는 해라체를 쓸 상대에게만 쓰여 경어법 면에서 큰 제약을 받습니다. 손윗사람에게는 ‘아버님’, ‘형’처럼 호격조사를 생략한 채 호칭만 씁니다. ‘여/이여’, ‘시여/이시여’는 존대 의미를 나타내는 호격조사로 기도문이나 시적표현 등에 자주 쓰입니다.
서술격조사
학교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다’의 문법적 특성은 매우 복잡해서 어느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주류입니다. ‘이다’의 특성에 관련해서는 이곳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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