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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주체경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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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주체경어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국어 경어법 체계

한국어 경어법은 예우의 대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 주체경어법 :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 즉 한 문장의 주어를 높일 때
  • 객체경어법 : 주체가 하는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높일 때
  • 상대경어법/청자경어법 : 말을 듣는 사람을 높일 때

이 가운데 주체경어법과 객체경어법은 누구를 높여 대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이분’되는 속성을 가집니다. 반면 상대경어법은 청자를 어느 정도로 대우하느냐를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세분화합니다.

화자보다 높은 주체

주체경어법은 주체(주어)를 높이는 경어법의 일종입니다. 대개 주체가 화자보다 높을 때 쓰며 주로 선어말어미 ‘-시-‘로 실현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과장님 들어오는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청자보다 낮거나 높은 주체

그러나 ‘-시-‘의 쓰임이 주체와 화자의 대비에서가 아니라 주체와 청자의 대비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조부모 앞에서 손녀가) 할머니, 엄마 왔어요.

위 예문의 주체 ‘엄마’는 화자인 손녀의 손윗사람입니다. 평소 같은 경우라면 화자는 ‘-시-‘를 써서 존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주체를 높이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습니다. 청자인 ‘할머니’가 주체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화자가 청자를 고려하여 주체의 공대를 줄이는 어법을 압존법(壓尊法)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친구의 자식들에게) 아버지 들어오면 아저씨한테 전화하라고 해라.

위 예문의 화자는 문장의 주체와는 친구 관계이므로 ‘-시-‘를 써서 존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주체를 높였음에도 자연스럽습니다. 청자가 주체보다 손아랫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국어에서는 주체, 청자 사이의 위계를 섬세하게 고려해 존대의 의미를 드러냅니다.

아메리카노는 높임의 대상?

지금까지 설명한 예시는 높임의 대상을 직접 높이는 직접높임에 해당합니다. 그 반대로 한국어에서는 신체 부분, 안정적인 소유물, 가족 등 높임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 대상을 높여 존대의 의미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높임법을 간접높임이라고 합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ㄱ) 부장님은 머리가 하얗게 {세다 / *세었다}.

(ㄱ)의 서술어 ‘세다’의 직접적인 주체는 ‘머리’입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머리는 높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는 높임의 대상인 ‘선생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시-‘를 쓰지 않으면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신체 부분, 안정적인 소유물, 가족 등이 아닌 명사(구)에 ‘-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ㄴ) 선생님은 버스 정류장이 {머셔서 / 멀어서} 불편하시겠어요.

버스 정류장은 높임의 대상이 아니지만 ‘-시-‘를 써서 존대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버스 정류장을 높임의 대상인 ‘선생님’의 생활과 관계가 깊은 사실로 파악한다면 ‘머리’처럼 높여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시-‘를 써서 반드시 높여야 하는 ‘머리’의 예와 달리 굳이 존대하지 않아도 올바른 문장이 됩니다. 버스 정류장은 ‘머리’보다는 높임의 대상과 덜 밀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예문을 보겠습니다.

(ㄷ) 고객님, 아메리카노가 {?나오습니다 / 나왔습니다}.

(ㄷ)에서 아메리카노에 ‘-시-‘를 써서 존대할 경우 어색합니다. 아메리카노는 높임의 대상인 ‘고객님’과 그다지 관련을 맺고 있지 않아서인듯 합니다.

그러나 높임의 대상과 맺는 관련성만으로 주체높임, 즉 ‘-시-‘의 쓰임을 설명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 또한 높임의 대상인 ‘고객님’과 그 정도는 약하지만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머리나 버스 정류장의 예와 같이 존대하지 않아야 할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친구에게 해당 문장이 드러내는 상황을 전달한다고 가정하고 예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1) 부장님이 머리가 하얗게 세셨더라.

(2) 선생님은 버스 정류장이 머셔서 불편하시겠더라.

(3) *고객님한테 아메리카노가 나오셨더라.

(ㄷ)과 (3)을 비교해서 보면, (ㄷ)은 청자가 화자의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만 어색하나마 그 뜻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ㄱ)과 (ㄴ)의 ‘-시-‘가 주체 높임의 의미라면, (ㄷ)의 ‘-시-‘는 청자 높임의 의미를 드러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자의 태도

높임의 대상이 누구인지, 혹은 높임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지 정도와 관계없이 화자가 사태를 파악하는 태도에 따라 ‘-시-‘를 쓸 수도 있고 뺄 수도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가) 대통령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나) 대통령께서 공항에 도착하셨습니다.

위 예문과 같이 공적인 인물이나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 방송과 같은 담화에서 대상을 객관화해서 기술할 때는 (가)처럼 ‘-시-‘를 붙이지 않습니다. 반면 존대 대상을 개인적인 관계로 파악하여 기술할 때는 (나)처럼 ‘-시-‘를 붙입니다.

주체높임법의 형식

주체경어법은 어휘, 문법적으로 실현됩니다. 어휘적 경어는 높임의 의미를 드러내는 어휘들로 실현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명사에는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체경어뿐 아니라 다른 경어법에도 사용됩니다.

유표적 단어 : 진지, 말씀, 춘추, 댁, 생신, 부인

존칭접사 : 과장, 형, 아버

존칭어근 : 사(貴社), 고(玉稿), 식(令息)

동사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들은 주체경어법에만 쓰입니다.

유표적 단어 : 별세하다, 서거하다, 승하하다, 돌아가다

보충법(‘-시-‘가 결합하면서 어간이 바뀜) : 먹다-잡수시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여기에서 ‘있다’를 높이면 ‘있으시다’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사 ‘있다(stay)’의 존대형은 ‘계시다’이고, 형용사 ‘있다(be)’의 존대형은 ‘있으시다’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무슨 돈이 {있으시겠어요 / *계시겠어요}.

장관님의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 *계시겠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사랑방에 {*있으신다 / 계신다}.

문법적 경어는 주체높임이 조사, 어미 등 문법적 요소로 실현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존칭조사 ‘-께서’와 존칭 어미 ‘-시-‘로 실현됩니다. 하지만 ‘-께서’와 ‘-시-‘는 경어 강도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A) {과장님이 오면 / *과장님께서 오면} 그 문제에 대해 여쭤 보자.

(B) {당신은 / *당신께서는} 언제 오셨소?

(A)에서처럼 ‘-께서’가 쓰인 문장은 ‘-시-‘가 없을 경우 비문이 됩니다. ‘-께서’로 표현하는 경어 강도라면 으레 ‘-시-‘가 요구됩니다. 경어 강도가 약한 ‘-시-‘는 (B)에서처럼 비상위자에게도 쓰일 수 있으나, 경어 강도가 강한 ‘-께서’는 비상위자에게는 쓰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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