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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상대경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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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의 상대경어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와 한국어 문법총론1을 정리했음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상대경어법

상대경어법은 말을 듣는 상대, 즉 청자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을 가리킵니다. 상대 높임은 종결어미로 실현되는데, 어떤 종결어미가 결합되었느냐에 따라 상대 높임의 등급이 결정됩니다. 상대경어법의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하십시오체(아주높임)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으십시오 믿으십시다
하오체(예사높임) 믿으오 믿으오 믿으오, 믿구려 믿으오, 믿읍시다
하게체(예사낮춤) 믿네 믿나, 믿는가 믿게 믿세
해라체(아주낮춤) 믿는다 믿느냐, 믿니 믿어라 믿자
해요체(두루높임) 믿어요 믿어요 믿어요 믿어요
해체(두루낮춤) 믿어 믿어 믿어 믿어

이를 크게 격식체와 비격식체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격식체는 공식적이고 청자와 다소 거리를 두고 예의를 갖추는 상황에서 쓰입니다. 비격식체는 사적이고 청자와 가까운 상황에서 친밀감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쓰입니다.

  • 격식체 : 하십시오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
  • 비격식체 : 해요체, 해체

위 여섯가지 등급을 높임의 정도에 따라 서열을 매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십시오체 > 해요체 > 하오체 > 하게체 > 해체 > 해라체

한편 한 청자에 대해 격식체와 비격식체는 다른 등급을 함께 쓰는 일이 흔해도 격식체끼리 혹은 비격식체끼리는 다른 등급을 함께 쓰는 일이 드뭅니다. 예컨대 동일한 친구에 대해 사적으로는 해체를 쓰다가도 학급 회의 같은 자리에서는 하십시오체를 쓰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청자에게 해라체를 쓰다가 하게체를 쓰는 일은 드뭅니다.

하십시오체

한국어에서 상대를 가장 정중히 대우하는 최상급의 말투입니다. 손아랫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해요체와는 달리 자기보다 상위의 인물에게만 쓸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종결어미로 실현됩니다.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습니다 -습니까 -십시오 -십시다

그런데 여기에서 ‘-십시오’와 ‘-십시다’가 정말 정중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면 상대방을 대우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선생님, 칠판에 쓰십시오.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십시다.

직접적인 명령은 본유적으로 공손하지 못한 특성이 있습니다. 명령은 상대방의 선택의 폭을 줄이고 화자의 힘은 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청유형 어미를 쓰는 것에는 더욱 제약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특성상 상위자에게 직접적으로 청유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런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십시다’를 하오체 등급으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공손한 명령을 위해 자주 이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명령을 권유로 바꿈 : 여기 앉으십시오. > 여기 앉으시지요.
  • 청자의 의무를 언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명령 : 선생님, 지금 출발하십시오 > 선생님, 지금 출발하셔야 됩니다.
  • 청자의 의견을 물어봄 : 여기 앉으십시오. > 여기 앉으시면 어떠십니까?
  • 간접 의문 어미를 사용함 : 여기 앉으시면 어떠십니까? > 여기 앉으시면 어떠신지요? / 여기 앉으시면 어떠실지요?
  • ‘-어 주다’를 이용함 : 칠판에 쓰십시오. > 칠판에 써 주십시오.
  • 의도나 능력이 있는지 물어봄 : 칠판에 써 주시겠습니까? / 칠판에 써 주실 수 있으십니까?
  • ‘좀’을 이용해 명령에 따른 상대방의 부담을 줄여서 표현 : 칠판에 좀 써 주시겠습니까?
  • 요청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화자의 소망을 언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명령 : 칠판에 써 주십시오 > 칠판에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어에서 공손한 청유를 위해 자주 이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청유를 권유로 바꿈 : 함께 가십시다. > 함께 가시지요.
  • 의도나 능력이 있는지 물어봄 :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시겠습니까? / 사장님, 다음주에 함께 식사하실 수 있으십니까?
  • 청자의 의견을 물어봄 :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 간접 의문 어미를 사용함 :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시는 게 어떠실지요?
  • 청유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화자의 소망을 언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청유 : 사장님, 다음 주에 함께 식사하시면 좋겠는데요.
  • 화자의 행동만을 표현 : 교수님,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하오체

아랫사람이나 친구를 하게체보다 더 극진히 높여 대우하는 경어법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김 형, 참 오랜만이오. 다시 만나니 참 반갑구려.

하오체는 다음과 같은 종결어미로 실현됩니다.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오, -구려, -리다 -오 -오, -구려 -오, -ㅂ시다

해요체와 달리 윗사람에게 쓰이는 경어법이 아닙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나이 든 선배가 ‘김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후배에게, 직장 상사가 ‘김 과장’이라 부를 하위 직원에게 쓰기에 알맞은 어투입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상대의 신분이 짐작이 잘 안 가는 상태에서 그 신분을 그리 높이 보지 않으면서 자신을 낮추지 않을 때 쓰는 말투입니다.

하오체는 현대 국어에서 잘 쓰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하오체가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시험 문제에서) 괄호 속에 알맞은 단어를 3음절로 쓰시오.

(안내 표지판이나 경고판에서) 멈추시오, 들어가지 마시오.

(드라마나 외국 영화 번역에서) 트렁크를 열어 봐도 되겠소? 도대체 어쩌자는 거요?

하게체

하게체는 신분이 화자보다 낮은 사람이되 나이가 들어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때 쓰는 말투입니다. 다음과 같은 종결 어미로 실현됩니다.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ㄹ세, -ㅁ세, -네 -나,-ㄴ가 -게 -세

하게체는 결혼할 나이가 된 친구 아들에게, 대학교수가 대학원생이나 조교 정도의 제자에게, 장인/장모가 사위에게 쓰면 어울릴 등급입니다. 상대를 ‘너’로 못 부르고 ‘자네’로 부르며, 호격어도 ‘기창 군, 여보게’ 등이 쓰입니다.

해라체

해라체는 청자가 나이가 어리거나 친한 사이일 때, 또는 신분상으로 높일 일이 없는 사람일 때 쓰는 말투입니다. 호격조사 ‘아/야’, 대명사 ‘너’와 어울리는 등급입니다. 다음과 같은 종결어미로 실현됩니다.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다, -마, -구나, -ㄹ라 -느냐, -니 -어라, -렴, -려무나 -자

해라체는 비격식체인 해체와 거의 동등한 등급입니다. 어떤 어미가 해라체인지 따져보려면 ‘요’가 붙을 수 있는지 살피기만 하면 됩니다. ‘요’가 붙을 수 없는 어미가 바로 해라체 어미가 됩니다.

해요체

해요체는 하십시오체 다음으로 상대를 정중히 대하는 대표적 존대말투 가운데 하나입니다. 청자가 자기보다 상위의 사람이거나, 상위에 있지는 않더라도 정중히 대우해 주어야 할 사람에게 쓰는 말투로서 위아래에 두루 쓰입니다.

해요체는 해체 어미에 ‘요’를 덧붙인 형태를 가집니다. 이것이 워낙 규칙적이어서 어떤 어미가 해체 어미인지 아닌지 가리려면 ‘요’의 결합 여부에 따라 판정하면 될 정도입니다. ‘요’는 명사나 부사를 비롯해 연결어미 등 여기저기에 잘 결합하는데 아래 예문과 같은 어형도 일종의 해요체라고 할 수 잇습니다.

커피요? / 그래서요? / 빨리요. / 뭐라고요? / 배가 아프다고요?

해체

격식체인 해라체와 거의 동등한 등급의 말투입니다. 어미의 종류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다음 표와 같으며 이들 어미에 ‘요’를 붙이면 해요체가 됩니다.

문장유형 종결어미
평서문 -거든, -군, -구먼, -다니, -네, -데, -어, -지, -ㄹ게
의문문 -게, -나, -ㄴ가, -어, -ㄹ까, -지
명령문 -어, -지
청유문 -어, -지

문장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끝나거나 명사구만으로 문장 구실을 하는 형태도 일종의 변칙적 해체로 볼 수 있습니다.

뭐라고? / 배가 아프다고? / 몇 시에? / 어디서? / 나는 냉면.

하십시오체와 해요체

하십시오체와 해요체는 상대를 정중히 대하는 존대말투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하지만 하십시오체는 상위자에게만 쓰며, 해요체는 위아래에 두루 쓴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둘의 높임 등급을 비교하면 하십시오체가 해요체보다 상대를 더 존대합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버스에서 가방을 받아 주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고맙습니다 / *고마워요}.

해체와 해라체

해체와 해라체는 거의 같은 조건에 쓰이며 같은 장면에서 서로 자유롭게 넘나들기도 합니다. 어감상으로도 두 등급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넘나들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엄마, 이리 와서 밥 {먹어, / *먹어라}.

위 대화 맥락에서 엄마는 상위자이기는 하지만 화자와 친숙하기 때문에 해체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숙하더라도 해라체는 쓸 수 없습니다. 해체가 해라체보다 더 높은 등급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글을 쓸 때의 상대경어법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는 원칙적으로 해라체를 씁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한겨울의 봄 날씨’가 보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새해부터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의 남하로 본격적인 맹추위와 폭설이 예상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자세한 사항은 기상청에서 배포한 안내 자료를 참고하라.

이 때의 해라체는 독자를 낮추는 것이라기보다는 청자를 특정인으로 설정하지 않은 등급을 초월한 중립적인 등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해라체와는 달리 의문문에서는 ‘-ㄴ가/는가’, 명령문에서는 ‘-라/으라’를 씁니다.

상대경어법 결정요인

한국어에서 상대경어법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령, 직위, 항렬 등 지위입니다. 예컨대 친구 사이라도 한 사람이 직장 상사가 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존댓말을 써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선생님이나 직장의 상급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친밀도는 상대경어법 결정에 부수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서로 존댓말을 하다가도 친해지면 반말하는 사이로 바뀔 수 있습니다. 또 상황이 공적이거나 대화 주제가 공적인 경우에는 존댓말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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