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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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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국어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고려대 정연주 선생님 강의를 정리하였음을 먼저 밝힙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국어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을 이해하려면 시제 개념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링크 참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관형사절?

관형사란 명사류(체언) 앞에서 그 명사류의 뜻을 분명하게 제한하는 품사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함께 나타난 구성을 이라고 합니다. 관형사절이란 관형사가 들어갈 자리에서 관형사 역할을 하는 절을 가리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 관형사 :
  • 관형사절 : 철수가 본

관형사절을 만드는 어미를 관형사형 전성어미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ㄴ-ㄹ이 있습니다. -ㄴ은 현실화된 일을 나타내는 절에 결합하고, -ㄹ은 현실화되지 않고 아직 사고의 영역에 있는 일을 나타내는 절에 결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1. [쥐를 잡] 고양이가 낮잠을 잔다.
  2. [쥐를 잡] 고양이가 낮잠을 잔다.

(1)의 고양이는 이미 쥐를 잡았고, (2)의 고양이는 아직 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상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어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

한국어 주절(모절)의 시제 체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한국어 주절의 시제는 -었-(과거), -는-(현재), -겠-(미래)의 3분 체계입니다.

한국어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표와 두번째 표를 비교해서 보면 주절의 시간 표현과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이 이루는 체계가 사뭇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형사형 전성어미 -ㄴ-ㄹ를 제거하면, 관형사형 시간 표현은 -더-(과거), -느-(현재), -∅-(미래)의 3분 체계인데요. 각각이 어떤 문법적 의미를 지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동사와 형용사의 아주 다른 체계를 이루고 있는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의문점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중세 한국어의 시간 표현

국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중세 한국어의 시간 표현 체계는 주절이든 관형사절이든 상관없이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완망, 비완망 개념과 관련해서는 이곳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17세기쯤 과거 표시 형태소 -었-(='-어 있-')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더-와 경쟁 구도를 이루다가, 현대에 와서는 -었-이 완승에 가깝게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는 이 경쟁에 져서 사라지고, -더-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었-은 유독 관형사절에 침투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대 한국어의 관형사절에서만큼은 중세 한국어의 시간 표현 체계가 화석처럼 남았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내가 먹

위 관형사절을 일반적인 문장으로 바꾸면 아래와 같이 비문이 됩니다. -더-라는 형태소가 과거 표시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죠.

*내가 밥을 먹라.

관형사절은 한국어 시간 표현 체계 전체의 변화에서 제외된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설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새로운 문법소(예컨대 -었-)는 주로 정보 전달의 초점에서 발달한다.
  • 관형사절은 정보 전달의 초점이 아니라 이미 전제된 내용이 언급되는 부분이다.
  • 따라서 관형사절에서는 기존의 오래된 문법소가 계속해서 쓰이는 경향이 있다.

동사 관형사절의 시간표현

-더-, -느-, -∅--ㄴ, -ㄹ의 조합으로 관형사절 시간표현 관련 어미들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에 대응하는 -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는은 ‘현재’와 ‘현실’의 조합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나타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내가 먹

이번엔 과거에 대응하는 -은, -던, -었던을 살펴보겠습니다.

-은은 ‘과거 완망’과 ‘현실’의 조합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일인데 사태의 시작과 끝이 시야에 들어와 있음을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끝난 과거’를 가리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내가 먹 밥 (밥을 다 먹었음)

꽃이 들판 (꽃이 핀 상태가 지속됨)

-던은 ‘과거 비완망’과 ‘현실’의 조합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일인데 화자가 사태의 내부를 들여다 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끝나지 않은(혹은 끝났는지 모르는) 과거의 일’을 가리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내가 먹 밥 (밥을 먹었긴 했으나 다 먹었는지는 나타나지 않음)

-었던은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와의 접점이 없는 걸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단절된 과거’를 가리킵니다. 이는 주절의 시제 표현에서 -었었-과 비슷합니다.

꽃이 피었던 들판 (과거에 꽃이 피었으나 지금은 꽃이 피지 않음)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응하는 -을을 살펴보겠습니다.

-을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일을 나타냅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내가 먹 밥 (아직 밥을 먹지 않았으나 앞으로 먹을 예정)

형용사 관형사절의 시간 표현

형용사 관형사절은 중세 국어의 시간 표현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은은 형용사 관형사절에서 현재 성립하는 상태를 표현할 때 씁니다. 다음 표, 예문과 같습니다.

지지율이 높 정치인

-은은 과거 완망의 -∅-과 현실의 -ㄴ의 조합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완망’과 ‘현실’이 합쳐진 -은현재를 나타낸다는 게, 지금까지의 설명에 비추어봤을 때 다소 생소하긴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런 견해가 있습니다.

형용사에는 시간과 끝이라는 개념이 없고 시간을 초월해서 펼쳐진 개념이다. 따라서 사태의 시작과 끝을 전제로 한 완망/비완망 개념과 애초에 양립이 불가능하다. 형용사의 과거를 나타낼 때 -더-를 늘 쓰다보니, -더-를 안쓰면 현재로 해석되게 되었다. 그래서 -∅-의 의미가 동사에서는 과거 완망, 형용사에서는 현재로 그 의미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혛용사 관형사절에서 과거의 상태를 표현할 때는 -던 또는 -었던을 씁니다. 둘 모두 과거 비완망의 -더-와 현실의 -ㄴ의 조합입니다.

다만 형용사 관형사절의 과거를 나타내는 -더-는 완망, 비완망 개념은 없고 순전히 과거의 의미만 나타냅니다. 아울러 형용사 관형사절의 -었던-던과 큰 의미 차이가 없습니다. 다음 예문과 같습니다.

지지율이 높 정치인

지지율이 높았던 정치인

마지막으로 형용사 관형사절의 미래의 상태, 즉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낼 때는 -을을 씁니다. 다음 표, 예문과 같습니다.

지지율이 높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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